[TIMELINE]
[00:00-00:27] 자존감을 만드는 노와이파이
[00:28-01:19] 노와이파이로 이룬 것들
[01:20-02:36] 나만의 노와이파이 규칙
[02:37-03:23] 노와이파이를 해야 하는 이유
오늘도 도둑 맞았다, 내 집중력. 알고리즘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오가기를 반복하다 하루가 저물었다. 수십 개의 콘텐츠를 보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생활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스마트폰에는 온종일 유혹이 넘쳐나니까.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구를 좋아해 스스로를 ‘문구인’이라 부르는 김규림은 그 방법으로 ‘노와이파이’를 실천한다.
“10년 정도 되었어요. 제 삶의 화두 중 하나가 ‘비접속’이에요. 몰입, 집중력, 오리지널리티 같은 단어와 함께 살면서 항상 추구하고 생각하고 있죠. 스스로의 생각에 깊게 침잠해, 그걸 길어 올리는 시간들은 외부의 정보와 차단되었을 때 가능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방 하나를 ‘생각의 방’이라 이름 붙여 그곳에서 인터넷 접속을 끊고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활동들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노와이파이를 실천 중이다. 그렇게 보낸 시간을 통해 책 <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 <아무튼, 문구>, <뉴욕규림일기>, <일놀놀일> 등을 썼고,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계속 최적화를 하고 있어서 방법은 꾸준히 달라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인터넷 서핑에 빠져 있어서 컴퓨터를 아예 끄고 노트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면, 요즘에는 릴스나 숏츠 같은 빠른 호흡의 영상을 보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비행 모드로 돌려 놓고 있어요.” 그는 노와이파이 실천을 돕는 도구들도 적극 활용한다. 그중 하나가 스톨프Stolp라는 박스다. 스마트폰을 넣으면 자동으로 비행 모드가 작동해, 모든 알림이 오지 않는다. 그 외에도 외부의 소리를 차단해 줄 이어플러그, 이동 중에도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이북 리더기 등을 활용 중이다.
김규림은 평일에는 출퇴근을 하며 노와이파이 시간을 갖는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집에서 책상에 앉아 세상과의 연결을 차단한다. “매주 블로그에 긴 글을 한 편씩 쓰고 있기에 인터넷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인터넷에 접속해요. 노와이파이의 목적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인다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중요한 건 노와이파이 시간의 목적이라 강조했다. 그렇기에 노와이파이 시간을 위한 규칙을 세우기 전, 내가 왜 이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되묻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기에 가급적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멀리하는 게 좋아요. 그 안에 얼마나 재밌는 게 많은지 이미 알고 있기에 관성적으로 사용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오직 노트와 펜만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시간을 보내보세요. 이 시간에만 쓰는 노트를 마련한다면 원동력이 될 거예요.” 김규림도 백지를 꺼내두고 생각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적어보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 지난 연말에도 그런 시간을 가지며 새해 목표를 세웠다. 조금 더 쓸모없고 재미있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을 차분히 돌아보았기에 세울 수 있던 목표다.
“나에 대한 호기심이 이 시간을 지속하게 만들어줬어요. ‘이걸 나는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 할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아요. 그리고 이 시간은 그 답을 주었죠.” 스스로와 보내는 시간을 통해 삶의 답을 찾아내고 있다는 김규림은 이런 시간이 자신의 자존감에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흐트러진 집중력 때문에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다면 일단 한번 경험해 볼 것을 사람들에게 권하는 이유다.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길어 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나만의 노와이파이 규칙부터 세워보자. 내 목표를 바탕으로 규칙을 세우다 보면 일상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더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