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키미는 2018년 카카오 브런치에 마케터로 합류했다. 그동안 오픈마켓 회사의 디자이너, 쇼핑몰 MD, 웹 에이전시 등 커머스 관련 업무를 해오던 그였으니,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종은 콘텐츠에 대한 부푼 꿈 하나로 시작한 직종이었다. 다만 마케팅 직무가 처음인 데다 브런치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문제였다. 그러니 남들과 나란히 서기 위해선 새로운 직무에 빠르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잘 해내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일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위의 목표가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랬더니 나를 브랜딩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나를 브랜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브런치 브랜딩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첫 사이드 프로젝트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쓰는 거였어요.” 브런치 작가들을 상대하는 직업 특성상, 직접 책을 출간해 본다면 작가라는 직업군을 더욱 잘 이해할 것 같았다. 그렇게 ‘김키미’라는 브랜드의 첫 론칭 프로젝트이자 자신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책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가 만들어졌고, 그의 이름 옆에는 ‘작가’ 그리고 ‘브랜더 Brander’라는 새로운 명칭이 새겨졌다.
책을 내고 나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활발히 이어갔다. 책을 매개로 한 북토크나 강연뿐 아니라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퍼스널 브랜딩 수업을 여는가 하면,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는 리추얼 모임을 진행하고, ‘초안클럽’이라 하는 아이디어 공유 모임의 멤버이기도 하다. 본업만 하던 때와 비교하면 해야 하는 일이 곱절은 늘어났지만 순전히 재밌어서 하는 일이니 괜찮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완전한 내 것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직장에서 하는 일은 마음대로 누군가에게 공개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크레딧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자유롭게 공개할 수 있죠.”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니 인사이트도 훨씬 다방면에서 얻게 됐다. 느슨한 관계의 동료들이 늘어났고 이들로부터 얻은 영감은 회사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회사 동료들한테도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져요. ‘키미의 경험 공유회’라는 이름으로 출간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고요. 저의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천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건가 싶을 정도로 일을 즐기지만, 한때는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에게 일은 언제든 끊어내려면 끊어낼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런데 대체 왜 이 관계를 열렬히 붙들게 되는지 명확한 이유가 필요했다. “워커홀릭이라는 걸 깨달았을 땐 부정적인 감정도 들었어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일만 사랑하는 사람 같아서요. 그런데 결국 건강한 방식으로 일을 사랑한다면 워커홀릭도 건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짚어본 일과 나 사이의 관계는 썩 건강했다. 일로부터 얻는 것이 분명했으니 이 자체로도 건강한 사랑 방식이었다. “저는 지금 일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하는 일은 저에게 추진력이 돼요. 매번 주어지는 새로운 일은 저라는 사람의 성장 속도에 가속도를 붙여주죠. 저는 이 가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얻은 영감들을 회사 일에도 투영하는 거고요.” 일로부터 얻는 것이 분명해지자 워커홀릭인 자신의 본모습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 그에게 이 두 가지 일은 동떨어져 있기보다는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다. 이 말인즉슨 그는 일과 삶에서 자신이 정한 방향대로 이끌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모두 ‘김키미’라는 브랜딩의 일환이 되니, 어떤 일에도 즐거움이 따른다.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우뚝 서보겠다는 결심은 일과 더불어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