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44] 나의 최애는 김밥
[00:45-01:21]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
[01:22-02:20]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01:45-02:18] 내가 성장한 순간
천직이라는 게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환상일까? “아유, 하기 싫어”를 N번째 외치며 모니터를 바라보다 보면 근원적인 질문이 똬리를 튼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도 한때 품었던 질문이다. 그는 삼시 세끼 김밥을 먹은 다음 날에도 또 김밥을 먹고, 먹는 시간 외에는 맛있는 김밥집을 서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는 ‘김밥에 미친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일단 퇴사를 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먹스타그램 계정을 1년 정도 운영했죠. 평소 콘텐츠 만드는 일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어느 순간 ‘좋아요’가 많이 찍히는 음식들만 쫓아다니는 스스로를 보며 이건 내가 원한 삶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 하나만 파보자 싶어 전국 김밥 일주를 떠났어요.”
3주 동안 50곳의 김밥집을 방문한 후 이를 하나하나 기록한 것이 인스타그램 ‘김밥집(@gimbapzip)’의 시작이다. 그 뒤로 3년간 서울, 경기 외에도 45개 지역을 누비며 600여 곳의 김밥집을 탐방했다. 자신의 김밥집 추천이 모호해질 것을 경계해 광고나 협찬은 일절 받지 않았다. 자신의 기준에 맛없는 김밥집은 절대 계정에 업로드하지 않는 것도 김밥 큐레이터로서 지키는 철칙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태도가 어떠냐가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누가 봐도 그 일에 미쳐 있구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죠.”
정다현은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까? “20대 때는 좋아하는 게 없었어요. 그럼에도 다양한 것에 도전했어요. 책 속에 나온 히말라야가 궁금해 곧장 히말라야로 떠나기도 하고, 길거리 장사부터 가게 창업까지 해봤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그냥 했어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해보았기에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매일 탐구해도 물리지 않을 만큼 애정을 지닌 일을 즐겁게 하다 보니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꿈도 이루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쌓인 데이터로 책을 출간하게 된 것. 지난해 내놓은 첫 책 <전국김밥일주>는 이미 4쇄를 찍었고, 최근 두 번째 책 <전국김밥일주 2>도 펴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김밥집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밥집을 다녀오면 엑셀에 기록을 남겨요. 맛뿐만 아니라 매장 분위기, 시스템, 재료 구성 그리고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까지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브랜드를 기획할 때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이렇듯 좋아하는 일이 다양한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중이다. 그는 새로운 꿈도 갖게 되었다. 전 세계에 김밥의 매력을 알리는 일이다. “언젠가 김밥 박람회를 여는 게 꿈이에요. 전국 김밥집을 한자리에 모아 축제를 벌이는 거죠.”
“돌이켜보면 일단 무언가 저질렀을 때 스스로가 성장해 있더라고요. 현재의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한 순간을 견뎌낼 때 말이죠.” 도전에는 불안이 동반되지만, 고민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다현은 눈앞에 놓인 과제를 차근차근 해낸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성장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