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43] 예술적 상상력으로 일하기
[00:44-01:26] 내 일에 이름 붙이기
[01:27-02:09] 나에게 질문 던지기
[02:10-02:47] 나의 성장은 실험
회사에 속해 있을 때도 우리는 종종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좋아하는 일이 많을 경우에는 그 답을 찾기란 더 어렵다. 그중에 무엇을 업으로 삼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공연 기획사부터 광고 회사까지, 다양한 곳을 일터로 삼았던 김해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학교에서 축제를 기획한 적이 있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놀면서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이 일은 대체 뭘까?’ 궁금해서 여러 활동에 도전했어요. 그중 나에게 맞는 일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컸죠.”
그는 ‘기록’을 테마로 공간을 만들거나 옛 서울역을 되살린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 RTO의 연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넓은 활동 범위에 자칫 휘둘리기 쉬운 스스로를 다잡고자 자신의 일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이 ‘문화 기획자’다. 현재는 동인천 배다리 지역에서 크리에이티브 기획사 ‘패치워크’를 운영하며, 오래된 동네를 문화적으로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김해리는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까? 여러 일터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 온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고민의 핵심이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 데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문화 기획자는 화려한 이력이 있어야 주변에서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던 거죠. 하지만 나의 일은 누군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야 하고, 그 이름에 스스로 책임을 지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에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선 내가 무슨 활동을 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러 질문 중 다음 세 가지가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말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싫어하고 하기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내 일을 통해 어떤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가?’다.
“가치 있는 이야기를 문화로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나 제가 선택한 일은 결과를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요.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루지 못할 만큼 느린 속도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해요.” 질문에 하나씩 답하며 그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조급함을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못하는 일을 인정하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지만,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그 과정을 더 즐기게 되었다. 오히려 요즘에는 너무 큰 목표 대신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하곤 한다.
문화 기획자란 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그는 주기적으로 철저히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갖는다. 내 일을 정의 내린 후에도 ‘나와의 워크숍’을 빼먹지 않는 것이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그만두고 싶은지’ 등을 자문하며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활동이다. 그는 이 과정을 책 <나와의 워크숍>에 담았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필요한 공부가 있는지 점검해 보기도 해요. 동네를 산책하며 관찰하는 등 다른 이들이 볼 땐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법한 엉뚱한 시간을 보내죠. 저에게는 놀이이자 일이에요.” 이 시간을 반복하며 그는 불안을 거두어내고 나답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하는 일이 저에게 늘 새로운 질문을 던져요.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넌 그 일에 진심이야?’ 같은 물음들이죠. 그 답은 결국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거니까, 나 스스로 결정해 새롭게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의 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김해리의 말처럼 질문에 답을 찾는 건 오직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이번 디퍼 툴키트에는 그 길에 이정표가 되어줄 그의 질문을 담았다. 힌트는 이미 내 마음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