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1:02] 궁금하면 일단 해보는 거야
[01:03-01:41] 머릿속 생각에서 출발하기
[01:42-02:17] 내가 가려던 방향의 정반대로 걷기
[02:18-02:35] 나의 성장은 헤맴이다!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만드는 헤로키의 대표 전힘찬은 무엇보다 길을 헤매온 경력이 남다르다. 사진학과 졸업 후 리터처와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진 일을 접고 타투이스트로 전향했다. 그러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회사를 다녔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았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 ‘나만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올 때마다, 그는 오늘 하루에 집중하려 애썼다.
“한 직업에 정착하지 못하는 생활이 힘들기도 했지만 도망치지는 않았어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운동하고, 산책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생각을 정리했고요. 헤로키는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시작한 일이라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헤로키의 작업 과정을 도식화하면 크게 ‘Think → Make → Show’ 단계로 나뉜다. 먼저 머릿속에 재미있는 상상이 떠오르면 이를 실현할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귤 스마트톡, 모기 책갈피, 삼겹살 문진처럼 일상의 재료를 활용한 참신한 오브제가 탄생했다. 마지막 ‘Show’ 단계에서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요즘 시대에 맞는 홍보 활동을 이어간다. 그에게 릴스 제작은 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고. 특히 작업 과정을 타임랩스로 촬영한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Think’와 ‘Make’ 사이에는 중요한 단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철저한 시장 조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먼저 검색을 해보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면 만들지 않아요. 그래서 신제품 구상이 쉽지 않죠. 앞으로도 세상에 유일무이한 재미를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어요.”
전힘찬은 헤로키를 운영하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주문서를 받아본 적도 있고,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지도를 쌓기도 했지만, 지금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최근에 생긴 목표인데, 언젠가 뉴욕에서 한번 활동해 보고 싶어요. 아직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가서 성공할 확률도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젊을 때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경험 하나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 계속해서 틀을 깨온 전힘찬은 직접 해보는 것만이 성장의 방법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건 여전히 두렵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올 땐 밖으로 나가 걷는다. “산책이 뇌의 지도를 넓혀준다고 생각해요.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걱정이 해소될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도 고민이 남아 있으면 사무실로 돌아와 연습장 위에 생각이 끊길 때까지 적어봐요. ‘고작 한 페이지도 안 되는 고민이구나’를 확인하면 불안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어요.”
때로는 불안이 뜻밖의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한다. 헤매는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백지 앞에 앉거나 혼자 걸으며 자기 자신을 마주해 보자. 스스로의 기질을 파악하고, 한계를 이해하며, 취향을 알아가는 데 들인 충분한 시간은 그다음 선택을 위한 확실한 기준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