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52]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것
[00:53-01:37] 세상에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
[01:38-02:12] 나를 탐구하는 것도 나의 일
[02:13-02:29] 나의 성장은 ‘질문하기’다!
버드는 어릴 적부터 줄곧 모델이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애써 마음 저편에 숨기고 살았다. 모델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람들만 하는 거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마음을 구겨 넣으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몇 년 동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준비가 되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년 동안 꿈꾸는 것과 반대되는 일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결과도 좋지 않았죠. 알바를 하면서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상한 선택만 하게 되더라고요.”
전환점을 이룬 것은 친구가 찍어준 어느 릴스 영상이었다. 버드가 레코드 바에 들어서며 ‘안녕’ 하고 인사하는 영상이 무려 조회 수 725만 회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정관장 TV CF를 시작으로 올리브영, 기업은행, 한국관광공사, KT 등 유수의 기업 광고를 찍었다. 코딩을 공부하는 개발자, 대학생, 여행자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촬영이 끝나면 스태프 모두가 박수를 치잖아요. 영화제의 한 장면처럼요. 그때 내가 사람들에게 박수 받는 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저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버드는 ‘퍼펫토미(puppet tommy)’라는 인형도 제작한다. 퍼펙트 토이(perfect toy)라는 뜻과 인형(puppet)이란 뜻을 동시에 담은 브랜드로, 그의 손으로 탄생한 퍼펫토미들은 모두 ‘이란성 쌍둥이’라는 세계관을 공유한다. 연결되어 있지만 원한다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체리’, 등껍질처럼 보이나 사실은 작은 무덤을 지고 다니는 거북이 인형 ‘메멘토 모리’ 등 캐릭터마다 독창적인 설정을 부여한다. “저절로 제 안에서 이야기가 발견돼요. 처음부터 미리 구상하기보다는 손이 움직이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에 얽힌 스토리도 자연스레 떠오르죠. 계획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더 재미있어요.””
즉흥적인 창작을 즐기는 버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다. “예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후 어떤 말도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레몬 녹차’라는 곡도 있는데요. 내가 먹고 싶은 건 사실 레몬 녹차였는데, 가까이 있는 보리차를 마셨다는 가사예요. 선택에 대한 이야기죠.”
대부분 사람들이 혼잣말을 흘려보내지만, 버드는 이를 노래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산책하며 혼잣말을 많이 한 경험은 자신의 다양한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해야 해’라는 세상의 기준 대신 ‘뭘까?’ ‘왜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을 탐구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기 마련. ‘한번 해볼까’ 싶은 일이 있다면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 수강했다. “자꾸 미루는 건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어요. 막상 해봐도 별일 일어나지 않아요. 그냥 한번 도전했을 때의 뿌듯한 감정을 느껴보세요.”
최근에는 연기를 배우며 또 다른 재능을 탐구하고 있다. 연기를 통해 감정을 외면하지 않으니 새로운 감정이 절로 솟아나고, 이를 표현하고 살고 싶은 마음도 점차 커진다. 모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외면하지 않자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디너쇼를 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을 초대해 좋아하는 요리를 대접하고 제가 만든 인형으로 인형극도 올리고요. 나 자신을 계속 탐구하는 것도 제 일 중 하나예요.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수록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