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1:04] 마구잡이로 그림을 그렸더니?
[01:05-02:06] 일상을 포착하는 3단계 과정
[02:07-02:42] 창작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기
[02:43-03:01] 나의 성장은 ‘사랑’이다!
지난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만 같은가? 인상적인 사건이 적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는 말이 있다. 매 순간이 새롭게 여겨지는 어린아이에 비해 어른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다. 그렇다고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법.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오늘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달리해 보는 건 어떨까?
“똑같다고 생각한 순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제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손짓이나 가방에 달린 키링 같은 아주 작은 부분들이죠.” 인스타그램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일상 만화를 그려온 창작자 재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하루를 더욱 소중히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모은 그림들을 책으로 엮어 <재수의 연습장>,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등을 출간했으며, 2023년에는 첫 번째 전시 <마음에 드는 그림>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온 것들을 무작정 다 그렸어요. 그렇게 한 장, 두 장 그림이 쌓여가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죠. 주로 사랑에 관한 내용이 많았어요.” 그의 말처럼, 여러 장의 그림을 모은 뒤 키워드로 분류하면 평소 자신이 관심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니 우선 최대한 많이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
“우선 ‘무엇을 그려볼까’란 생각부터 해야 해요. 연하게라도 마음을 먹어야 관찰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그는 일상을 포착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그릴 마음을 먹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야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풍경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착한 장면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리기보다 먼저 메모로 남긴다. 이때 메모는 글이나 스케치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기록해 둔 것을 보면서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눈에 저장된 이미지를 머릿속에 불러오는 일도 일종의 그리기 연습이 되거든요.” 메모를 통해 장면을 떠올리면 그 순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진을 보며 따라 그릴 때와 달리, 무엇이 인상적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며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무작정 선을 긋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럴 때일수록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일단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뒤 그림을 액자에 넣어 감상해 보자. 막상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 의외로 근사해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에요. 내가 표현한 선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면 앞으로 계속 그릴 동기를 얻게 될 거예요.”
한동안 그는 매일 그림을 업로드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쓰는 루틴을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강박이 되면 오히려 해롭게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끊임없이 몰아붙이다 보면 정작 힘이 필요한 순간에 일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은 제 몸과 마음이 편안한 방향으로 움직이려 해요.” 이제 그는 평안을 찾는 일이야말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판화 작업을 위해 실크 스크린을 배웠는데요. 처음에는 세게 밀어야 제대로 찍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잉크가 퍼져서 그림을 망치고 말았죠. 적당한 힘을 줘야 했던 거예요.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는 정도요.” 그 적당한 정도를 익히기까지 그는 여러 번 시도했다. 실패하는 날도 있었지만 훌훌 털고 다시 반복했다. “무언가를 할 때 ‘이 방법이 정확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권해요. 시도를 점검하다 보면 차츰 답에 가까워질 거예요.” 그가 말하는 답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기꺼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더 좋은 일상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좋은 일상을 사는 게 우선이더라고요.” 창작을 통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한 그는 오늘도 펜을 잡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정확함’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