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33] It’s not a big deal!
[00:34-01:04]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01:05-02:09] 재사용을 돕는 시스템
[02:10-02:48] 다회용품으로의 전환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속 요원들이 도심 한복판에 출몰한 유령을 잡는다면,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의 멤버들은 일회용품 쓰레기를 잡는다. 이들의 슬로건은 ‘어렵지 않다’, ‘별거 아니다’라는 뜻을 담은 ‘It’s not a big deal!’.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 용기를 대여하고 수거 후 세척해 다시 대여하는 서비스를 통해 시스템이 갖춰지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곽재원 대표와 최안나 CBO를 비롯한 네 명의 창업 멤버는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 스터디를 함께 했다. 축제 기획, 디자인, 설치 미술, 경영 등 각자의 분야는 달랐지만 ‘재밌는 일’, ‘더 좋은 삶’에 대한 갈증은 같았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게 즐거운 일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 단순히 개인의 실천에 의지하기보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기투합했다. “대표님은 축제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 저는 디자이너로서 언젠가 버려질 것들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부채감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이들은 우선 축제 현장에 초점을 맞춰 함께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2019 서울인기’ 페스티벌에서 시범적으로 다회 용기를 대여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배출된 100L 쓰레기봉투는 단 8개. 전년 대비 관객 수는 늘었지만 쓰레기는 무려 98%가 감소한 것이다.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눈에 보이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똘똘 뭉쳐 솔루션을 찾는 데 몰입했다. 서비스 론칭 직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축제 이외 사내 카페와 탕비실 모델을 준비했다. “다회 용기 대여 서비스를 통해서 사용자는 간단하고 편리하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어요. 납품한 컵을 사용한 뒤 반납함 안에 넣기만 하면 저희가 수거해서 세척해요.”
다회 용기를 개발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성이다. 전 직원이 모여 하루 종일 다양한 온도, 온갖 종류의 음료를 넣어서 실험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 개발하는 다회용 컵은 뜨거운 음료를 넣어도 손이 뜨겁지 않도록 외부를 돌기 형태로 만들었어요. 컵 홀더를 사용하게 되면 또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유쾌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위해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쨍한 오렌지 컬러 용기는 ‘힙하다’는 이유만으로 SNS에도 자주 등장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어야 해요. 예쁘고 재밌는데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그게 더 멋지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사용한 다회용 식기는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총 6단계의 전문 세척 시스템을 통해 깨끗하게 관리한다. “아직도 다회 용기라고 하면 위생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HACCP 인증에 사용되는 기기로 오염도(미생물) 테스트를 한 결과, 포장을 뜯지 않은 일회용품보다 미생물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왔어요.” 다회 용기는 PP 소재로 제작해 훼손되면 분쇄 후 새로운 식기로 재가공한다.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체계를 통해 자원의 수명을 늘리고, 생산한 물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2023년 4월까지 트래쉬버스터즈가 줄인 일회용품 누적 개수는 약 1,600만 개. 공식 인스타그램에 매달 ‘버스팅 스코어’를 업데이트한다. “더 많은 분들이 다회 용기를 일반적으로 사용해야 저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어요. 함부로 사거나 버리지 않고, 물건을 다시 쓰는 재사용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자체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에요.”
추억이 담긴 물건을 수집한 ‘나의 오래된 반려품 콘테스트’, 물물교환을 장려하는 ‘나쓰너선(나에겐 쓰레기, 너에겐 선물)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모바일 카페 ‘웜업’을 운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다회 용기’라는 용어나 대여 서비스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저희를 알고 반갑게 맞이해 주시거나 다회 용기를 사용해 주시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어요.”
창업 4년 차가 된 트래쉬버스터즈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수도권뿐 아니라 더 먼 지역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일회용품을 다회 용기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커피를 시킬 때 산미 있는 원두, 고소한 원두를 선택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다회 용기를 당연하게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문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되는 것은 별거 아니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