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34] 또 다른 차원의 동료애
[00:35-01:12] 프리 에이전트로의 발돋움
[01:13-01:53] 부티크 브랜딩 에이전시 하티핸디
[01:54-02:36]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02:37-02:53]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손꼽힌과 황다검은 각자의 확고한 영역을 만들어가는 직업인이었다. 마케터 손꼽힌은 ‘인생학교 서울’, ‘JOH’, ‘FLO’, ‘맹그로브’ 등 교육, 문화, 음악, 주거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브랜드를 두루 거쳤다. 개인과 조직이 맞물려 성장했다. “브랜드의 론칭부터 알려질 때까지 과정 전반을 함께한 뒤에는 혼자서 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마케터 컬렉티브 ‘포스트웍스’와 다능인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드’에서의 활동은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회사 밖에서도 얼마든지 동료를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때의 가능성이 현재의 일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는 독립적으로 일하며 작년에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커뮤니티 오피스 ‘뉴오피스’도 열었다.
황다검은 일상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무과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보통의 일상 속에서 행복의 조각을 모은다. 고유한 시선과 취향은 꾸준한 기록을 통해 내면을 깊이 탐구하면서 생긴 것이다. 나라는 단단한 뿌리로부터 일, 창작, 강연 등 여러 갈래의 가지가 뻗었다. 그는 일과 딴짓의 경계를 허물고 버무려지는 삶을 산다.
작년 말 그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첫 직장 ‘오늘의집’을 떠났다. 회사 생활은 즐거웠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새로운 챕터를 열고 싶었다. “독립을 결정했을 때 제가 좀 더 잘 쓰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고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2020년에 시작되었다. 주거를 비롯해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고 취향도 잘 맞았다. 활발히 교류하면서 같이 하고 싶은 일도 늘어났다. “평소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다가 ‘언젠가 같이 일하게 되면 너무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자연스럽게 적절한 때가 찾아왔고요.” 그렇게 둘은 ‘따로 또 같이’ 일하는 실험으로서 부티크 브랜딩 에이전시 ‘하티핸디’를 결성했다.
하티핸디라는 이름에는 다정하고 유용한 파트너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이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브랜드와 함께한다. “주거에 대한 생각은 좋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어요. 궁극적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각자의 장점과 역할에 따라 색다른 직함도 붙였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핸들링하는 ‘핸들러’와 브랜드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가드너’가 그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딱 맞는 유연한 방식으로 일한다. 손꼽힌은 대체로 뉴오피스로 출근하지만, 임시 사무실을 찾기도 한다. “리서치 트립 겸 새로운 공간에 방문하는 걸 좋아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일하는 편이에요.”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 일본 도쿄 등 다양한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았던 경험을 엮어 독립 출판을 하기도 한 황다검은 장기 여행을 떠날 때도 많다. “최근에도 캐나다에 한 달간 다녀왔어요. 당시에도 원격으로 일을 할 만큼 저희는 자유롭게 일하기를 지향해요.”
1인 주거 브랜드 셀립의 ‘포스트하우스세대’ 캠페인은 하티핸디의 첫 공식 프로젝트다. 손꼽힌은 일본 교토와 가나자와, 강원도 속초, 황다검은 캐나다에서 일하며 준비했다. ‘앞으로의 집에 대해 고민하는, 도시 경계 없이 유연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메시지, 알리는 방식, 리워드, 비주얼 등을 정했다. 1년간 어디서든 살아볼 수 있는 ‘셀립 1년 이용권’과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한정판 볼캡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는 특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각각 마케팅 디렉터와 콘텐츠·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했던 둘은 업무의 모든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에 수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각자 역할에 한정 짓지 않고 전력을 다해 프로젝트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장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검이는 안목이 진짜 좋아요. 평소에 관심 있는 정보나 인사이트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일에 잘 활용해요. 덕분에 이번에도 디자이너, 모자 제작을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빠르게 성사시킬 수 있었어요.”
“꼽힌 언니는 정리를 체계적으로 잘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서 더 많이 배웠어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 에이전트로 따로 또 같이 일하며 회사에 속해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동료애도 느꼈다. “저희 둘뿐만 아니라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랑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동료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어요.” 매 프로젝트에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동료와 손잡고 더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부티크 브랜딩 에이전시 하티핸디는 단순한 에이전시 너머를 바라본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하는 지속 가능한 마트의 마케팅을 맡았다. 성수동을 시작으로 각 지역에도 지점이 생길 예정이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도시나 문화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변화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싶어요.” 다정하고 유용한 두 파트너는 나에서 우리로 당당하게 나아간다. 더 나은 도시와 세상을 향한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