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13] 내가 생각하는 디깅의 정의
[00:15-00:39] 아트 컬렉팅의 시작
[00:40-1:23] 나만의 뷰잉룸을 갖는다는 것
[01:24-2:09] 아트 디깅으로 넓고 깊어진 나의 세계
[02:10-2:30] 컬렉터와 파일럿으로서 나의 목표
‘집에 좋아하는 작품을 걸어놓고 싶어.’ 어쩌다 떠오른 생각과 우연히 마주친 사건이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제가 그린 그림이나 이케아에서 산 액자를 집에 걸어봤는데 아무래도 만족스럽지 않았죠. 그러다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던 거죠.” 에어부산의 부기장으로 일하는 신용석은 그렇게 아트 컬렉터가 되었다. 수집가가 되리라고 예상한 적도, 결심한 적도 없었다.
미국에서 비행 훈련을 받던 2014년, 그가 샌디에이고 스트리트 아트 페어에 들른 건 우연이었다. 그곳에서 구입한 종이학 콜라주가 아트 컬렉팅의 시작이었다. 하나 둘 끌리는 작품을 모으다 보니 신용석의 컬렉션은 120여 점으로 늘어나 있었다. 작품을 걸 벽도 부족했다. 그저 소장하기 위해서만 구입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자, 그의 머리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모은 작품을 전부 걸어놓고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 그가 뷰잉 룸을 만들자고 결정한 순간이었다.
“작품을 컬렉팅하는 과정도 행복하지만, 작품과 함께 생활하고 감상하며 얻는 즐거움이 더 커요. 작품을 상자 속에 보관하는 수장고가 아닌 뷰잉 룸을 선택한 이유죠. 자신의 컬렉션을 모두 꺼내어 볼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수집가의 만족감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뷰잉 룸을 마련한 이후, 디깅의 방법은 한층 풍성해졌다. 이전까지 작가들의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에서 새로운 작품을 팠다면, 이제는 작품들 한가운데 파묻힌 채 어떤 작업을 컬렉션에 더하면 좋을지 입체적으로 고민한다.
그의 뷰잉 룸에는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이은새, 배헤윰, 박민하, 그라플렉스, 김한샘…. “같은 시대를 살아서 그럴까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요. 앞으로는 해외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모아보고 싶어요. 아직 낯선 그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도 궁금하거든요.” 신용석에게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타인의 서사를 이해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범하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찾아내고, 작가가 점차 인정받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기뻐요.”
가끔 뷰잉 룸에서 전공 서적을 읽는 저녁도 있다. “직업과 관련해 꾸준하게 공부해야 할 게 많은데, 그것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좋아요. 업무와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잖아요. 좋아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람들, 일과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오직 저의 선택으로만 가득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진짜 행복이죠. 가령 일을 해야 하더라도 뷰잉 룸에서 하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어요.”
뷰잉 룸은 신용석의 동굴이다. 그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가득한 케이브. 오늘도 무사히 활주로에 착륙한 저녁, 그는 자신만의 깊고 아늑한 동굴에서 들러 자신만의 세계를 또 한번 비행한다. 새롭고 무한한 에너지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