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1:51] 감자밭이 누구야?
[01:52-02:19] 우리가 감자로 사업을 하는 이유
[02:20-03:10] 춘천에 살면 뭐가 좋아?
춘천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게 있다. 닭갈비는 옛말, 이제는 감자빵이다. 감자를 꼭 닮은 모양새, 겉은 쫀득하고 속은 포슬포슬한 맛의 감자빵은 소양강 인근에 자리한 ‘카페 감자밭’의 대표 상품으로, 전국에서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등학생 때 서울로 전학 갔을 때 친구들이 ‘강원도에서는 버스비를 감자로 내냐?’고 놀리더라고요. 그 말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원도를 대표하는 게 감자라는 걸 깨달았죠.” 카페 감자밭의 최동녘, 이미소 공동 대표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한때 서울살이를 하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최동녘은 유기농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이미소는 감자 농사를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온 것이다. 두 사람은 농업 학교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이미소 대표의 고향인 춘천에 카페 감자밭을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속이 하얀 감자 외에도 빨간 감자, 검은 감자, 보라색 감자 등 모양뿐 아니라 맛도 다른 감자가 국내에서만 100종이 자라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품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자 시장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소비자에게 여러 감자를 알리자고 결심했죠.” 그들은 겉은 빨갛고 속은 노란 로즈감자를 주재료로 3가지 품종의 감자를 섞어 만든 감자빵을 포함해, 전분이 없는 감자를 활용한 감자 라테 등 품종별 특징을 살린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종국에는 지역 전체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이들은 믿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시작한 카페는 규모가 커져 현재는 200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는 농업회사법인 밭으로 성장했다. 직원 중에는 강원도 출신도 있지만 타 지역에서 온 이들도 많다.
“제 고향은 양구인데 지금 그곳에 남아 있는 제 친구들은 한 명도 없어요. 모두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기 때문이죠.” 최동녘 대표의 경험을 방증하듯 올해 초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앞질렀다. 대부분의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수도권은 주택난이 심각해졌고 반대로 지방은 인구 소멸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밭은 지역의 주요 산업인 농사에서 감자빵 같은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한다. 특히 타 지역에서 온 직원들에게는 숙소를 제공하며 춘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에서 생활했을 때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삶의 질이 높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사계절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춘천에서 살면서 삶이 한층 풍요로워진 걸 느껴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이미소 대표는 춘천에서도 서울에서 살 때 못지않게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한층 여유롭다고 한다. 평균 10억 원대인 서울의 집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일상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잃었던 여유를 찾아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카페 감자밭을 찾아온 손님들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카페와 바로 옆에 자리한 밭에 정원을 가꿨다. 이곳에서는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직접 따 갈 수 있는 ‘꽃따밭’이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미소 대표는 지난해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라는 저서를 통해 자신의 춘천살이와 카페 감자밭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했다. 평소 SNS를 통해 쓴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춘천에서 살며 깨닫게 된 종자 보존의 중요성, 농가 소득과 식량 주권 문제, 지역 살이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했고, 이를 통해 ‘밭’의 비전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로컬에서 자신만의 사업이나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다면 우선 글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미소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하루에 한두 줄이라도 적는 활동이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도 얻을 수 있다.
“회사의 슬로건이 ‘농부가 꿈이 되는 사회’예요. 여기서 농부는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농산물을 수확하는 사람, 두 번째는 우리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를 가꾸는 사람,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속 밭을 가꾸는 사람입니다.” 두 대표는 자신들이 로컬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삶을 일궈낸 것처럼 회사를 통해 직원들도 춘천에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종종 서울 친구들을 만나면 지역에서 사는 삶 자체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로컬에서 사는 청년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겠죠. 청년들에게 우리가 선택한 삶을 보여주고 이를 제안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감자빵을 해외 여러 나라에 알릴 계획이라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로컬 라이프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