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세 사람 다 그래픽 디자이너다. 윤지연은 문구 브랜드 모트모트의 디자인 팀장이다. 유연주는 프리랜스 디자이너이자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백나은은 HR 기업 원티드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한다.
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유연주 ‘666’이란 이름은 일본어로 숫자 ‘6’과 ‘록’의 발음이 유사한 데서 착안했다. ‘666’이라고 쓰고 ‘락락락’이라고 읽는다.
백나은 우리 셋은 FDSC라는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났다. 친해진 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함께 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이 음악에 심취해서 너무 즐거워하는 게 보였다. 그 순간에 도취돼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저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맡은 악기와 첫 합주
윤지연 10대 때부터 오아시스나 섹스피스톨스 같은 록 뮤지션을 좋아했다. 666을 시작하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기타 VS 베이스’ 투표를 올렸다. 베이스가 두 배나 높게 나왔길래 기타를 선택했다. 밴드라면 록 스피릿이니까. 평소 즐겨 들었던 곡을 직접 연주하는 기쁨이 정말 크다.
유연주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데, 드럼은 늘 뒤에 있으니까 고민이 많았다. 어느 날 멋진 드러머가 있는 라이브 공연을 보고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드럼은 왼팔과 오른팔, 왼발과 오른발을 각각 다르게 써야 하는 악기다 보니 처음엔 힘들었다. 잘하고 싶다는 원동력으로 즐겁게 배우고 있다.
백나은 지연과 연주가 악기를 선점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키보드를 할까 하다가,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서 베이스를 선택했다. 처음 연주를 시작했을 때 베이스 음이 심장 소리처럼 마음을 울렸다.
디자이너끼리 밴드를 한다는 것
백나은 언제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밴드를 통해 다른 능력 있는 뮤지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기도 한다. 뮤지션 친구들이 우리에게 브랜딩과 디자인을 의뢰하고, 대신 우리 프로듀싱을 해준다.
유연주 첫 공연을 위해 포스터를 뽑고, 기타 피크, 티셔츠, 포토카드 등 굿즈도 만들었다. 음악이 나오기도 전 MD를 만드는 걸 본 주변 밴드들에게서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밴드를 통해 배운 동료애
유연주 실력이 엇비슷한 친구들끼리 시작한 경우다 보니 실수도 많다. 각자 이상은 높은데 결과물은 다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최선을 찾아 합의하는 법을 배웠다.
백나은 셋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그런 진솔한 얘기들을 가사로 쓴다. 반면 연주는 멜로디가 많은 사람이다. 내가 가사를 주면 금방 녹음해서 노래를 보낸다. 그중 하나를 싱글로 발전시키려 한다.
윤지연 믿을 구석이 생겼다는 기분이 든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내 정체성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다.
666 밴드로서 목표하는 것
윤지연 지금은 왕초보 새내기 밴드지만, 마흔이 되면 10년 차가 되고 일흔이 되면 40년 차가 된다. 예전에는 록 페스티벌에 가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었다면 지금은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다. 즐겁게, 오래 지속하고 싶다.
당신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백나은 우리의 주말은 ‘도파민’이다. 우리는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실력이 줄어들 일은 없다. 앞으로 좋아질 일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기대되고 기분이 좋다. 매주 늘어 있는 우리의 실력이 자랑스럽고, 함께 있으면 도파민이 엄청 나온다. 그 도파민으로 주중의 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