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아로마티카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콘텐츠, 오프라인에선 엽서나 책자 같은 인쇄물을 디자인하죠. 아로마티카는 비건 브랜드라 가고자 하는 방향의 중심에 자연이 있어요. 그 점이 산행을 좋아하는 저와 닮아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친구들과 등산을 갈 때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합니다. 부업이지만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잘하고 싶죠.
등산을 시작한 계기
시골에서 20년 정도 살다가 서울로 왔어요. 그 덕분인지 자연에 있는 걸 자연스레 즐기는 편이에요. 종종 산책과 운동 삼아 동네 산을 오르곤 했는데 어느 순간 ‘등산화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산행이 본격적인 취미가 된 거죠. 종주한 산을 다 세어보긴 힘들지만, 재작년에 한창 자주 다녔을 때는 1년에 80군데 정도 올랐어요.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산을 도피처로 삼았죠.
본격적인 첫 산행
등산화를 사고 장비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 지 2년 차에 ‘종주’가 유행했어요.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등산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그즈음 저도 친구랑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어요. 지리산에 있는 모든 대피소를 다 찍고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죠. 저희는 첫날 20km를 걷고, 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다음 나머지 15km를 오른 뒤 하산했어요. 이게 진짜 등산이구나 싶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
거제도에 ‘망산’이라는 곳이 있어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섬앤산’이라고 불리죠. 섬 가운데 있는 산이니까요. 망산 정상에 오르니 바다가 180도로 보이는데, 그 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더라고요. 날씨 운도 따라줘서 바다는 더 푸르고 산의 녹음도 더 짙어 보였어요. 당시 사진을 보면 지금도 행복한 기분을 느껴요.
가장 위험했던 산행
친구와 겨울에 한라산을 등반한 적 있어요. 하필이면 정상에 오를 때쯤에 눈이 많이 왔고 하산하면서는 눈이 비로 바뀌었죠. 몸이 다 젖은 상태이고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친구랑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걸었어요. 되돌아보면 그때 정말 위험했구나 싶어요. 장비를 꼼꼼히 챙겨 가지 않은 탓도 있어요. 겨울처럼 날씨 영향을 많이 받을 땐 쉘 재킷이라고 하는 두꺼운 겉옷이 꼭 필요하죠. 먹을 것도 충분히 구비하고, 컨디션을 체크해 무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또 야간 산행을 하려면 야생 동물을 만났을 때 대처법을 충분히 익혀야 합니다.
각기 다른 산의 매력
저는 어느 한 산을 사계절 내내 다녀보는 걸 좋아해요. 사계절 구분 없이 산을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또 낭만적이거든요. 그 밖에도 산을 오래 다니다 보니 산마다 각각의 매력이 있음을 느꼈죠. 다 똑같은 풀숲, 흙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산은 이래서 멋있고 저 산은 저렇게 멋있다는 걸 알게 돼요.
정상에 서는 일
뻔한 표현이지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어요. 너무도 힘들게 올라왔고, 그 순간에는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거잖아요. 일하면서 늘 모니터를 보다 보니 시야가 확 트이는 경험도 너무 상쾌하죠.
초보 산행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처음 산행을 시작하면 장비를 구비하게 되는데, 꼭 좋은 걸 사셨으면 좋겠어요. 오래 다니는 걸 목표로 한다면, 결국에는 나중에 또 비싼 장비를 새로 구입하게 되거든요. 처음부터 품질이 좋은 등산화, 스틱, 재킷 등을 사서 오래 쓰는 게 훨씬 좋습니다.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제게 주말은 ‘호흡’이에요. 호흡은 늘상 하는 거지만, 산속에서는 내 자신에게 집중해 호흡을 오롯이 느낄 수 있거든요.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말에 긴 호흡을 하듯 산을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