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발표하는 사람들이 미처 몰라서 자주 하는 실수가 있나요?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침묵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지 않는 거야. 사람들은 단순히 입에서 음성이 나가는 순간만 말이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침묵도 무언의 언어야.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어떤 순간에 말을 하고, 하지 않는지가 모두 말에 해당하거든. 전문 프레젠터들은 10분짜리 짧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도 제일 중요한 말을 하기 전에 잠깐 쉬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할 타이밍을 주지.
발표가 길어지면 목소리가 갈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져요.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해. 목소리는 오래 말해도 목에 무리 가지 않는 편안한 발성법이 좋고, 목을 쥐어짜지 말고 배 속에서 묵직하게 나오는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 봐. 그리고 호흡은 마음이 조급할수록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프레젠테이션 경험을 쌓다 보면 점점 좋아질 거야.
집에서 연습할 때와는 달리 왜 프레젠테이션 현장만 가면 호흡이 흔들릴까요?
실전 경험이 적기 때문이겠지. 경험치가 쌓일수록 적대적인 시선이나 제스처에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끌고 가는 힘이 길러질 거야. 특히 ‘청중을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 청중이 내 발표를 듣지 않고 갑자기 딴짓을 하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수도 있거든. 그럴 때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되는데, 사실 별 의미가 없는 행동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청중의 반응 하나하나에 위축되지 말라는 말이야.
선배처럼 자신감 있게 발표하려면 얼마나 연습해야 하나요?
자신만의 리듬감이 생길 때까지 연습해야 해. 연습을 하다 보면 내용을 이해하고, 어디에서 포인트를 짚어야 할지 짐작이 되거든. 그러면 불필요한 말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순화돼. 그런데 연습의 총량이 그다지 중요하진 않아. 단순히 많이 외운다고 발표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내가 알려주는 순서에 따라서 연습해 봐. 빠른 시간 안에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야. 특히 제안서 장표를 1장씩 연습하는 것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며 효율적으로 외우는 게 중요해.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선배만의 확실한 전략이 있나요?
듣는 사람이 뭘 원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해. 심사위원들 중에 결정권을 쥔 사람을 ‘키맨’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의 요구와 생각을 이해한 후에 전략을 짜면 프레젠테이션의 성공 확률이 높아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키맨의 고민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 거죠?
키맨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깊게 들여다봐야지. 연령대, 성별, 관심사,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심리, 사소한 편견들까지 알아보는 거야. 작은 것들까지 세심하게 분석해야만 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플로우를 제대로 짤 수 있거든. 쉽게 말하면 키맨에게 ‘당신은 이런 상황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해줄게요. 그러면 이런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라고 프레젠테이션 이후의 새로운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주는 거야.
프레젠테이션에서 청중 분석만큼 중요한 게 질의응답 시간이라고 들었어요.
프레젠테이션이 무사히 끝났다고 긴장을 놓으면 안 돼. 질의응답을 마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거든. 때로는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충분히 생각한 후 침착하게 답변해야 해.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질문에도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는 것을 잊지 말고.
청중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나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어. 하지만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지. 무대 위에서 자기다움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트레이닝이 필요한 일이거든.
완벽하게 말하는 것보다 자기답게 말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거네요.
청중은 영혼 없이 말하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아.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인 거지.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라는 건 힘을 빼고 말하는 기술을 의미해. 너무 비장하거나 묵직한 말투로만 이어지기보다는 때로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허심탄회하게 말해도 된다는 거지.
선배,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저는 결국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나답게 말하는 법을 알고 싶은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포인트야. 프레젠테이션은 다른 경쟁자와 ‘같지만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이잖아.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라 해도 조금이라도 다른 점을 찾아내서 이야기하는 거지. 그게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내 모습이 뭘까’를 고민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해.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내 모습을 확실하게 정의하는 것. 그 과정을 거친다면 너의 언어도 더욱 분명해질 거야.
Interviewee 채자영
전문 프레젠터로 치열한 입찰 현장에서 활동했고, 브랜드 스토리 개발 전문 그룹 필로스토리 공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기록상점의 크리에이터이자 칼럼니스트, 유튜버, MC, 모더레이터, 강사, 버벌리스트, 한국 수사학회 교육이사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모든 것이 ‘세상에 마땅히 전해져야 할 이야기를 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스토리젠터(Storysenter)’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