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매거진을 만든 이유
내 일상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다.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는데, 그게 매거진이었다. 이왕이면 많은 이의 눈에 띄게 하고 싶어 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인터뷰 같은 콘텐츠를 펼쳐내면 특별해 보일 듯했다. 또 영상이나 음성과 달리 텍스트로 이뤄진 콘텐츠는 읽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기에 쉽게 흘려보낼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워익스프레스의 의미
직역하면 ‘우리의 열차’, ‘우리의 표현’이다. 여러 칸이 모여 하나가 되는 열차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는 깨달음이나 경험이 쌓여 하나의 삶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이미 ‘ourexpress’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존재해, 어쩔 수 없이 뒤에 ‘o’를 더 붙였다. 우연히 만든 아이디지만 반듯하게 이어진 글자가 마치 열차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어 지금은 마음에 든다. 앞뒤의 ‘o’를 빼면 ‘urexpress(your express)’가 되는 점도 좋았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
주제를 선정하여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한 개인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는 콘텐츠를 만든다. 에디터의 시선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에디토리얼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방식의 콘텐츠지만 모두 ‘영감’과 ‘공감’을 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좋아요’ 수치로 따지면 에디토리얼 콘텐츠가 가장 인기 있는데, 그게 콘텐츠의 질이나 선호도를 나타내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독자들이 〈아워익스프레스〉를 지속적으로 보는 이유는 인터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자유롭게 대화하다 보면 뜻밖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과정을 들여다보는 작업
〈아워익스프레스〉는 전달하고 싶은 바를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디터의 취향에 따라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편이다. 다만 정기 콘텐츠인 ‘어떻게 우리의 집단을 다뤄야 하는가?’의 경우는 기획한 의도가 분명했다. 독자들에게 삶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살다 보면 사회의 목소리에 의해 관성처럼 끌려나갈 때가 있다. 대학을 나와야 하고, 전공을 살려야 하는 등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시류에 휩쓸려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한 번쯤 내 삶의 방향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해결책을 찾기보다 ‘고민을 나누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어, 무언가를 이룬 사람보다는 현재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만들기
매주 목요일마다 팀원들과 회의를 한다. 각자 관심 있거나 다뤄보고 싶은 주제를 공유하는데, 이를 〈아워익스프레스〉의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가’다. 창작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일 때 콘텐츠가 더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글을 작성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인터뷰라면 전문과 인트로, 아웃트로를 완성하는 데만 5시간이 걸린다. 인스타그램 플랫폼의 특성상 이미지가 먼저 노출되기에 디자인 작업의 비중도 크다. 피드 가독성을 우선에 두고 심플함과 균형, 일관성을 고려해 작업한다. 이때 알고리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첫 번째 이미지의 화질과 색감, 그 위에 얹을 문구를 신중하게 정해야 주목도가 높아진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한계
하나의 피드 이미지에 들어갈 수 있는 텍스트 양이 정해져 있다. 글을 줄이다 보면 인터뷰이의 매력이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또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수치에 개의치 않고 싶지만, 아예 신경을 안 쓸 순 없는 상황이니까. 연달아 좋지 않은 지표가 나오면 주제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경험상 좋은 콘텐츠는 외적인 요소보다는 내적인 고민을 더 깊이 할 때 만들어지는 듯하다. 이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내린 해결책이 ‘자기 반영성’이다. 감각을 열고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부풀고, 흘러넘치는 관심에서 우러나온 질문이나 아이디어가 좋은 콘텐츠로 빚어지는 것 같다.
종이 매거진과의 차이
진입 장벽의 차이가 가장 크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제작과 발행 과정이 정말 쉽고 단순하다. 언제든지 포기해도 괜찮을 정도로 기회비용이 적은 편이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대신 창의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벼워 보인다는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종이 잡지를 만드는 분들을 존경한다. 그분들의 역량이나 노력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때가 있고, 그래서 〈아워익스프레스〉를 ‘잡지’라고 표방하는 것도 경계한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좋은 콘텐츠에 대한 욕심은 종이 매체든 디지털 매체든 같지 않을까.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시작하고 싶다면
꾸준함이 전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조한 반응이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두 가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생각한다.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조금씩 수정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관심도 받을 수 있고, 정체성도 또렷해지지 않을까.
꾸준히 만들기 위한 질문
시작하기 전에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왜 만들고 싶은지,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관해 스스로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볼 것을 권한다. 이 대화를 어딘가에 기록하고 시작한다면 꾸준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작게 느껴져 소극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초심을 더 상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