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를 떠나겠다는 결심
어릴 적부터 TV에 나오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동경했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며 그 꿈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출세를 목표로 회사 생활에 열정을 쏟았지만, 다니던 회사가 위기를 맞으며 내 인생도 함께 흔들렸다.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습관적으로 나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결국 시골 생활이 그리워 고향 상주로 돌아갔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도시 생활에 많은 것을 걸었다고 믿었기에 한동안은 낙오된 기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때는 대도시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기로에 서 있을 때 필요한 것
남들이 주입한 욕망이 아닌, 솔직한 나의 욕망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서울살이에 아무리 지쳐도 대도시에 산다는 그 자체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이미 시골에 살면서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도시 찾기
백화점은 꼭 있어야 한다든지,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고 싶다든지,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기호를 먼저 파악한다. 이는 도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도시의 인구 규모는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니, 자신이 선호하는 인구 밀도의 범위를 느슨하게라도 정해 두는 게 좋다. 수도권과 지방은 이분법처럼 나뉘는 게 아니라 그러데이션처럼 도시와 시골의 특성이 섞여 있다. 참고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은 광역시(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 인천), 50만 명 이상은 전주나 제주, 천안 같은 도시다. 20만 명 이상은 구미, 순천, 아산 등이고, 5만 명 이상은 상주, 완주, 남원 등이며, 그 이하로는 의성, 청송, 양양, 보은 같은 지역들이 있다.
먹고 살 걱정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해 두고 떠나길 권한다. 직장인이라면 이직 자리를 구하고, 공무원을 희망한다면 지방직 시험을 치르고, 창업을 꿈꾼다면 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대도시보다 경쟁이 적고 기회가 많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경우, 서울에 머무를 땐 연봉 3000만 원대의 공공 기관에 지원할 때도 서류 탈락을 빈번히 겪었고, 100: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그런데 지방으로 내려오니 경쟁률은 5:1 정도로 줄었고, 연봉 5000만~6000만 원대의 일자리에도 비교적 쉽게 합격했다. 창업 역시 인구가 적어 불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경쟁이 덜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경북 의성군과 서울 강서구의 ‘빵집 1개당 인구수’를 비교했을 때, 의성군이 강서구의 3배 정도 된다. 내가 의성에서 자주 가던 청년 창업 가게는 연 매출 2억 원을 넘었다.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청년 창업 지원 제도를 활용하면 월세, 재료비, 주거비 역시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소도시에서 찾은 새로운 기회
일본의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면 이 중 두 가지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었고, 동시에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도 품었다. 작은 도시로 내려온 후, 보도 자료와 메시지 작성을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두 가지 꿈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었다.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덕분에 에세이와 웹 소설에 집필에도 도전하게 됐다.
도피라는 시선에 대하여
내 인생, 내가 책임지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당시엔 나도 도망친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오히려 개척자에 가까웠다. 남들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더 의미 있다고 여긴 길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피’라고 생각하면 또 어떠한가? 사실 도망도 용기를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계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 걸어가는 삶의 방향
웹 소설 작가로 살아보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또다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에세이든 웹 소설이든 꾸준히 글을 써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예상치 못하게 제주에 집을 짓고 있는데, 사람들은 낭만적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꽤나 어렵고 부담스럽다. 그래도 이 또한 소중한 기회라 여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텃밭 농사도 시작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