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통해 쌓은 다양한 관점
패션 브랜드, 백화점 유통, 부동산 컨설팅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됐다. 자산 운용사, 증권사, 시행사를 비롯한 투자사에서는 경제·금융·건축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활동한다. 이는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 브랜드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산업에서는 부동산을 ‘콘텐츠를 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양쪽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나에게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인 동시에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발판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더 많은 가능성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리적 핸디캡을 극복하는 힘
토지와 건물을 전략적으로 매매해 승리를 거두는 게임 ‘부루마불’을 떠올려 보자. 이 게임 속에서 가장 비싼 땅이 ‘서울’이고, 나라별로 땅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왜일까?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입지’이기 때문이다. ‘강남불패’라는 말 역시 강남이라는 입지를 그 어느 곳도 대체할 수 없기에 생겨났다. 하지만 입지가 전부는 아니다. 그토록 중요한 입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가 바로 ‘브랜드’다. 인적 드문 골목, 심지어 깊은 산골짜기라도 원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시대. 좋은 브랜드는 어디에 위치하든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성격 그리고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불리한 입지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불리한 입지 조건을 극복한 브랜드에는 뚜렷한 장점과 목적, 목표가 있다.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면 모든 의사 결정이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어니언 광장시장점이 일반적인 카페 형태를 띠었다면 지금처럼 큰 파급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은 무더운 휴양지의 노점상을 연상시키면서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재래시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개방형 매장이 ‘시장다움’을 잘 표현했기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장소를 정하기에 앞서 브랜드의 ‘목적’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브랜드는 홍보, 매출, 경험 등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알짜배기 공간 찾기
좋은 공간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발로 뛰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부족하다고 무작정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보다는 상권의 끝자락을 탐색해 보기를 권한다. 상권은 중심지에서 점점 넓게 퍼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 활성화한 상권의 끝자락에는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의 공간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
공간 오픈을 위한 체크 리스트
목표, 입지, 접근성,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1년 치) 및 보증금은 필수로 확인하자. 고정비인 부동산 임대료는 돌려받을 수 없는 만큼 매출 대비 적정 임대료 비율을 산정한 후 그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이 밖에도 예상 매출, 바닥 면적, 기둥 수, 설비 등 고려해야 할 항목은 무수히 많다. 나머지 요소들은 공간마다 다를 수 있으니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된다.
날카로운 시각은 반복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일은 ‘반복 학습’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무엇이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기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음악을 들어봐야 취향이 생기듯, 공간을 보는 안목 또한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단점이 많은 공간일수록 두려움과 아쉬움에 가려 기회를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 번 경험하면 같은 공간이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익숙한 땅’에서 시작하기
‘익숙한 땅’이란 자주 봐서 익숙해진 공간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문제점까지 잘 알고 있는 곳을 의미한다. 집 앞 풍경이 익숙하다고 주변 환경을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브랜드 매장이 자리 잡고 있는지,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하며, 임대료가 얼마인지 등 세부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지역이든 자주, 유의 깊게 관찰하며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보일 때까지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명확한 브랜딩과 마케팅의 중요성
탁월한 기획은 별도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획 그 자체가 브랜딩이자 마케팅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마켓’은 남산맨션이라는 아파트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아파트 인근에 부족한 슈퍼마켓, 편의 시설, 사랑방이 되는 것이 브랜드의 목적이었다. 수요에 맞는 명확한 공급 덕분에 주거 시설과 시너지 효과를 냈고, 별도의 브랜딩이나 마케팅 없이도 자연스럽게 대표적인 그로서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브랜드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입지적 단점이 존재하더라도 찾아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올 수 있을까?’에 대한 신중한 고민도 필요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가까운 주차장에서 해당 공간까지의 모든 동선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인식할 수 있다. 지리적·공간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브랜딩과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지출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엔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무수히 많다. 이미 가지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나만의 기획을 보완하고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데 집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