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도 운동 시작하려고요. 그런데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요?
요즘 보면 사람들마다 정말 다양한 운동을 해. 러닝, 요가, 테니스 등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를 걸고 올라오는 게시글을 보면 다들 건강하고 멋지게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그런데 중요한 건 무슨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야. 특히 운동의 ‘운’ 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굳어 있던 몸을 풀어주고 몸을 움직이는 행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해. 모든 운동의 첫 스텝은 ‘이완’인 셈이지.
이완이라고요? 익숙한 단어인데,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어요.
이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아.
(1) 바짝 조였던 정신이 풀려 늦추어짐.
(2) 굳어서 뻣뻣하게 된 근육 따위가 원래의 상태로 풀어짐.
즉,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말해. 그렇다고 온몸의 힘을 다 빼고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리라는 건 아니야.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곳은 힘을 빼고, 힘이 필요한 곳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것이 바로 이완이지. 이 이완 연습을 잘 해두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때 더 효과를 볼 수 있고, 지치고 힘들어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 마음을 더 굳게 다잡을 수도 있어.
그런데 아무리 이완을 해도 회사에 가면 다시 긴장을 하게 돼요.
한번 이완을 잘했다고 해서 이완된 상태가 쭉 유지되는 건 아니야.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금방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쉽지. 특히 직장인이라면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게 되잖아. 그러면 몸은 다시 굳기 마련이야. 그래서 이완 연습을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해도 좋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틈틈이 이완 연습을 하는 게 가장 좋겠지?
회사에서는 어떤 운동으로 이완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왕이면 굽은 어깨나 거북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면 좋겠어요.
(1) 자리에서, 손목 운동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줄게.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잠시 손을 떼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되, 주먹을 펼 때 최대한 손가락을 곧게 쫙 편 상태로 5초를 유지하는 거야. 이 동작을 틈이 날 때마다 해주면 좋아.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책상 위에 손바닥을 대고 손을 바깥쪽으로 돌려서 손가락이 몸을 향하도록 만들어줘. 이 자세로 1분 정도 손목과 팔을 스트레칭 해주면 손목 터널 증후군에 효과적이야.
(2) 화장실에서, 상체 운동
화장실에 갈 일이 있다면 변기에 앉아 두 팔과 몸이 W 모양이 되도록 만든 다음 고개는 천장을 바라보고 등은 확 당겨 조여줘. 이 자세를 15초에서 20초 정도 유지하면 굽은 어깨와 거북목을 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근력을 기르는 운동도 알려주세요.
(1) 까치발로 계단 오르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게 운동이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여기에 발뒤꿈치를 드는 동작을 더해 봐. 까치발을 하고 발가락과 앞쪽 발바닥으로 지면을 힘차게 밀어내면서 계단을 오르는 거야. 그러면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고, 발목과 무릎을 단련하는 데도 도움이 돼.
(2) 벽에 대고 푸시업
벽을 마주 보고 서서 벽에 손바닥을 댄 자세로 푸시업을 해 봐. 엎드려 하는 것보다 힘은 덜 들고 자세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 빈 회의실을 이용해 벽에 대고 푸시업을 하면 팔 근육도 강화할 수 있고 굽은 어깨를 펴지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야.
자세는 어렵지 않은데, 일에 집중하다 보면 깜빡할 수도 있잖아요. 까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평소 자세야. 책상 앞에 거울을 놓고 틈틈이 자세를 체크하는 게 중요해. 운동하는 걸 놓치지 않으려면 운동 시간을 정해 알람을 맞춰두는 것도 정석 중 하나지. 실천하고 싶은 동작의 사진이나 그림을 모니터 옆에 붙여두거나 휴대폰 바탕 화면으로 설정하는 방법도 추천할게. 가능하다면 직장 동료와 함께 실천하는 방법도 있어. 혼자보단 함께할 때 깜빡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성향에 따라 더 재미있게 운동할 수도 있을 거야.
이완 연습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땀을 쭉 빼거나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완이 필요한 순간에도 말이야. 이완 연습을 할 때만큼은 뭐든 열심히 해야 하고 단시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았으면 좋겠어. 나를 돌보고 챙기는 시간까지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까 꼭 다섯 가지만 기억해.
(1)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것
(2) 작은 실천에도 과하게 칭찬해 줄 것
(3) 며칠 하다 실패해도 자책하지 말고 쿨하게 다시 시작할 것
(4) 그렇게 작심삼일을 반복할 것
(5) 내 몸이 즐거워하고 있는지 자주 들여다볼 것
회사에서 틈틈이 이완 연습을 하는 게 분명 도움이 되겠죠?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낸다는 건 쉽지 않아. 오히려 회사에서 틈틈이 나를 돌보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지. 주기적으로 운동을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긴장된 부분이라도 풀어주어야 몸의 앞뒤, 좌우 균형이 덜 망가질 거야. 근육을 키우는 건 깨진 몸의 밸런스부터 찾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아.
Interviewee 박유미
예술심리교육센터 ‘마인드플로우’의 대표. 움직임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동작심리치유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 및 단체에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직접 직장 생활을 하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힘든 하루였으니까, 이완 연습』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