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누가 몸에 납을 달아둔 것처럼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출근이 싫은 건 직장인의 숙명이라며, 이 지긋지긋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퇴근 후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귀찮아”, “지루해”를 입에 달고 살며, 저녁 시간 내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서야 스스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많은 이가 나와 같은 증상을 겪으면서 번아웃을 의심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매사 피로를 자주 느끼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 드는 것은 번아웃의 증상이면서 보어아웃(Boreout)의 증상이기도 하다. 다만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책임감 과다로 일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면, 보어아웃은 흥미가 없거나 자신에게 너무 쉬운 업무를 반복해 온 탓에 일하기 싫어지는 현상이다. 그런 연유로 보어아웃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남들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는 자책을 하기 쉽다. 스스로 자존감에 금을 내는 것이다.
“텅 빈 노동은 끈질기게 지속되어 사람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고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덴마크의 비평가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저서 〈가짜 노동〉에서 보어아웃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각자 목표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내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야 하는 일이 이를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가령 너무 쉬운 업무가 주어졌을 때 한 번은 ‘개꿀’이라 외칠 수 있지만, 상황이 반복되면 그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커리어 성장이 어려울뿐더러,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어아웃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그러면서 내가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물론, 그 모습은 모두 다르다. 지금 주어진 업무가 누군가에게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일지라도 내게는 아닐 수 있다. 주변의 판단을 밀어두고 오롯이 내 안에 집중해 보자. 이번 디퍼 툴키트에는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질문을 준비했다. 지루함의 실체를 파악하고 나면 온종일 나를 붙잡고 있는 무기력에서도 조금은 빠져나올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