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무언가를 만지고 나면 무조건 손을 씻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눗물에 헹궈진 손은 메마르다 못해 곳곳이 갈라져 피가 배어날 지경이었다. 하루에 적어도 50번, 한 달이면 150번, 1년이면 18,250번 손을 씻던 시절. 지금은 비효율적이고도 친환경적이지 못한 손 씻기 습관을 다행히도 고쳤다. 하루에 50번이나 반복할 거라면 차라리 정리 정돈처럼 유익한 행동을 반복하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팠다. 찢어진 손가락 마디마디가 나를 향해 제발 그만하라고 아우성을 쳤다.
나쁜 습관은 인간을 병들게 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일 밤 맥주 한 캔 마시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이미 아픈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지 몰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맥주에 의존했던 날들을 후회하며 괴로워할 것이다. 또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업무를 미루고, 만남을 미루고, 크고 작은 일들을 미뤄둔 채 살다 보면, 결국 미뤄둔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삶을 어지럽힌다. 그때 과거의 자신을 탓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해야 할 일을 미뤄뒀다는 불안감, 언젠간 닥칠 재앙을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미루는 습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힘든 일을 먼저 하라>. 이 책의 저자 스콧 앨런은 “미루는 사람의 인생은 언제나 잔잔하게 불행하다”고 이야기했다. 당장 나를 죽일 만큼 거대한 고통이 아닐지 몰라도, 운동화 속 굴러 다니는 돌멩이처럼 작고 뾰족한 불행이 미루는 삶 속 곳곳에 존재한다.
나쁜 습관을 안고 사는 삶 또한 다르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또다시 반복하고 말았다는 자책감은 끈질긴 불행으로 삶을 옥죈다. 습관은 무섭다. 얼마나 무섭냐면 노래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나쁜 습관을 고치는 일,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다는 거창한 결심 따윈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매일 조금씩, 각자의 방법으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매일의 변화가 쌓여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잔잔한 불행’으로부터 벗어나 넘실대는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