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을 앞두고 관련 콘텐츠를 검색했더니 이후 나의 알고리즘에는 도쿄 여행 관련 정보가 끊임없이 뜬다. 최신 도쿄 맛집 투어 브이로그부터 도쿄 문구점 투어 릴스까지. 여행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 관련 콘텐츠를 보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도쿄 여행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추천해 준다. 함께 여행을 가는 동생에게 흥미로운 게시물을 공유하고, 꼭 가고 싶은 장소를 저장할수록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진다. 나의 취향에 맞춘 게시물은 계속해서 늘어난다. 파워 P인 나는 알고리즘 덕분에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지만, 문제는 도쿄 여행을 끝낸 후에도 관련 콘텐츠가 계속해서 뜬다는 것이다.
그냥 무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알고리즘은 통장 잔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이로그를 보다 관심 있는 제품을 한 번 검색하면 그다음부터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길 때마다 마치 중간 광고처럼 반복적으로 뜬다. 처음엔 귀찮다는 생각으로 무시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지금 사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누른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역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콘텐츠가 아니라 내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의 채널만 추천해 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주장을 더욱 확신하게 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기보다는 점점 더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해서 본다고 생각한 수많은 콘텐츠는 사실 알고리즘이 유도한 것일 수도 있다. 알고리즘을 의식하는 것부터가 시작. 나에게 어떤 콘텐츠가 자주 추천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주 추천되는 콘텐츠는 익숙하고 편리하지만 우리를 우물 안에 가둬둘 위험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피드를 스크롤 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관심 없음’을 클릭하고, 새로운 단어를 검색해 볼 것을 추천한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의 뉴스를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번 검색한 제품이 반복적으로 뜬다면 지갑을 열기 전 알고리즘에 의해 세뇌된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들인다. 디퍼 툴키트를 통해 평소 자신의 알고리즘과 스마트폰 사용 성향을 파악해 보고 성향별 알고리즘 새로 고침 비결을 알아보자. 주체적으로 알고리즘을 리셋할 때 더 넓은 세상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