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켠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차례로 연다. 잠들었던 사이 네트워크에 쌓인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와르르 쏟아진다. 내가 궁금해하고 선망하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다. 끊임없이 ‘새로 고침’ 되는 타임라인을 쫓아가기에도 바쁜 하루하루. 그러나 같은 질문이 가끔 마음속을 찾아온다. ‘이게 전부일까?’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더 강렬한 세계, 내가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어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의 고유함을 갖고 싶다. 나의 힘으로 발견하고 싶다. 나만의 타임라인을 개척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타인의 큐레이션으로 세상의 거의 모든 취향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시대, ‘디깅’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채굴’, ‘삽질’을 뜻하는 디깅의 뜻은 원래 아주 깊고 좁았다. 디제이들이 레코드숍에서 샘플링에 사용할 희귀 음반을 발굴하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이제 오래되거나 희귀한 음악은 먼지 쌓인 음반 가게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악만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희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디깅이 아우르는 분야와 의미는 한없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의외로 흔하고 현실적인 질문이다. 하루하루 일과에 쫓겨 살다 보면 취향과 자아를 챙길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하니까. 캐릭터, 운동, 여행, 음악, 연예인, 서브컬처… 흥미로운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문제는 두 가지다. 나는 무엇에 꽂힐까? 애초의 열정을 꾸준하게 지키려면 어떤 디깅 방식이 적합할까?
디깅은 자발적인 행위이기에 그 영역과 방법에 정답은 없다. 나의 디깅 타입을 파악하는 것은 나의 현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오직 몰입만이 데려가 줄 수 있는 천국이 있다. 나만의 고유함을 알게 된 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잠시 꺼져 있을 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열정이 있다. 디퍼의 디깅 타입 키트와 함께 다시 한번 불꽃이 타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