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네에 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회사나 학교, 가족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동네를 선택해 살게 된다. 나 역시 지금 사는 동네를 회사와 집을 오가는 정류장 정도로 여겼다. 지하철역에 내리면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기 바빴다. 동네에 책 읽기 좋은 카페가 있는지, 걷기 좋은 산책로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뜨는 동네’를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맞닥뜨리며 본의 아니게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멀리까지 나가는 대신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했다. 하루는 이 골목, 또 다른 날은 저 골목을 걸으며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카페와 식당에 정을 붙이니 매일 오가는 길이 다르게 보였다. 산책하기 좋은 둘레길,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노포, 골목에 숨어 있는 내공 있는 바가 모두 ‘슬세권’에 있었다. 지난날 먼 길을 감수하며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 헤맨 일들이 머쓱할 정도였다.
편안한 차림으로 찾는 공간이 많아지니 집이 동네로 확장된다. 우리 집에 없는 서재가 되어주는 카페가 있고, 친구를 부를 수 있는 거실을 대신할 식당도 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동네 골목이 우리 집이 되어,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모종린 교수의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는 로컬이 우리에게 생활권의 의미로 중요해졌음을 말한다. 그래야만 고립의 시대를 끊어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슬리퍼를 신고 바깥으로 나가보자. 아직 동네가 낯설다면 좋아하는 장소를 하나 발굴하는 것부터 하면 된다. 동네와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디퍼의 툴키트를 통해 동네 애정도 테스트를 해보자. 동네 생활자가 되어 일상이 더 충만해지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