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이 줄었어.” 1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하고 있는 일의 양은 똑같은데 시간을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단 일에 집중하려는 찰나 말을 거는 동료나 상사가 없어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 회사에 있었다면 끊임없이 잡혔을 자잘한 회의도 눈에 띄게 줄어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는 일도 줄었다.
이게 과연 재택근무로만 가능한 일일까?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사회가 온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도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8시간 근무 시간은 변함이 없고, 도리어 바쁘게 일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도 있다.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책 <가짜 노동>을 통해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텅 빈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테이블에 올렸다.
예로부터 노동을 신성시해 온 인류의 역사에서 ‘바쁘지 않다’는 말은 암묵적인 금지어나 다름없었다.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바쁘게 일하는 척하는 것도,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틈틈이 인터넷 쇼핑 같은 자잘한 개인 업무를 하는 것도, 일을 위한 일을 만들어내는 상사 때문에 의미 없는 노동에 시달리는 것도 모두 ‘가짜 노동’이다. 일에 대한 개인의 왜곡된 인식과 함께 직장 내 부조리한 시스템에 의해 우리는 일을 덜 하고 더 쉴 수 있음에도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린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일에 시달리느라 지쳐 있다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의미한 노동으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번아웃 증후군, 슬럼프, 무기력,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안건 없는 회의와 쌓이기만 하는 이메일에 시달리느라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대신 효율적으로 일하며 더 많은 여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기만 하는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리부팅을 해야 할 때. 디퍼의 툴키트를 통해 자신의 가짜 노동을 진단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