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인 박참새는 시인인 동시에 다른 일들을 겸하며 생활한다. “시인으로만 살아가는 시인은 아마 몇 없을 거예요.” 영문학을 전공한 후 글자와 관련된 많은 일을 해오고 있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시인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Daily Schedule
“나의 하루는 대체로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잠에서 깨는 식. 아침은 거의 먹지 않는 편이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주로 마감이 정해진 청탁 원고를 쓴다.”
박참새의 하루 일과는 얼핏 여느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고도 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 언제나 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이 하루는 그가 직접 쓴 한 문장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다행히 시는 사람이 아니어서 내가 떠나지 않는 이상 나를 떠날 일은 없어 보였다.’
메모를 통해 적립하는 영감
“나의 경우에는 마음먹고 시를 쓴다고 갑자기 써지지 않는다. 대신 일과 속에서 틈틈이 노트에 메모를 하며 차곡차곡 단어와 단상을 적립해 놓는다. 일기를 쓰거나 마음에 드는 글을 필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몇 개의 단어들이 모여 한 행을 이루기도 하고, 지난 기록이 새로운 영감이 되어 한 편의 시로 바뀔 때도 있다. 나의 모든 일이 결국은 시를 쓰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녁 이후 찾아오는 자유
“집에 도착하면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귀가하며 저녁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다. 하나의 메뉴에 꽂히면 서너 달 정도는 같은 메뉴를 먹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무얼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지만 그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편. 집에 도착해 익숙한 음식을 먹고 나면 그제야 자유로운 순간이 찾아온다.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것도 이 시간 즈음이다. 이전에는 주로 침대를 이용했는데 최근 마음에 쏙 드는 사각형 책상을 사서 책상에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쓰는 글
“시를 쓰는 시간은 대부분 해가 완전히 넘어간 다음이라 계절마다 그 시간이 다르다. 밤에는 딱히 쓸모는 없는 글을 쓰거나 때로는 그냥 쉰다. 시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방식이다. 시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건 역시 내가 시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시를 쓰는 지금의 방식은 내가 시와 공존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TIP 박참새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출판사 3
1 워크룸프레스 박참새에게 형식이 곧 내용이라는 것을 알려준 출판사. 워크룸프레스의 책들은 겉과 안 모두 아름답고, 말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 봄날의책 국내외 작가들의 산문선부터 인문학, 소개된 적 없는 새로운 문학에 이르기까지 봄날의책은 계속해서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다른 책을 찾기 위해서.
3 리시올/플레이타임 모두의 이야기를 모두의 장소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듯한 결심이 모여 있다. 책을 낼 때마다 꼼꼼하게 제시하는 이들의 가이드가 마치 독자를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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