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페스토페스토(Pestopesto)
의미
‘찧다’, ‘빻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바질, 올리브오일, 견과류 등의 재료를 조합해 만드는 전통 소스를 뜻한다. 단어를 반복하며 생기는 리듬감도 재미있다고 느껴서 가게 이름으로 정했다.
탄생 시기
가게를 오픈한 건 2021년 9월. 정식으로 운영한 건 12월부터다.
핵심 가치
주인 겸 셰프가 직접 채소를 돌로 짓이겨 정성스럽게 만드는 다양한 수제 페스토.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페스토의 대표 재료, 바질의 가격이 오르는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제철 잎채소로 계절마다 다른 페스토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페스토가 꾸준히 출시된다면 한번 왔던 손님들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가게가 좁은데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을 만들어야 할까?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손님들로부터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테이블을 바 형태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 보자.
성장 포인트
페스토는 재료의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맛의 페스토가 또 다른 요리와 만나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걸 생각하면 페스토가 갖고 있는 미식의 범위는 무한대로 확장된다. 페스토라는 물감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어떤 계기로 페스토 가게를 열게 되었나요?
유학을 한창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결국 못 가게 됐어요. 목표가 사라져 허무한 것도 잠시였고, 얼른 다음 스텝을 고민해야 했죠. 이러다가 모아둔 유학 자금이 다 사라지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평소에 즐겨 먹던 페스토를 판매하는 가게를 만들어보자는 결정을 했고 메뉴, 레시피 정리, 판매 과정 등을 정리하는데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서 앞으로 이어질 가게 운영도 즐겁겠다는 기대가 생겼죠.
페스토는 어떤 소스인가요?
바질, 올리브 오일, 견과류, 각종 치즈 등을 혼합해 만드는 이탈리아의 대표 소스 중 하나예요. 저희 가게의 페스토는 방부제를 비롯한 첨가물 없이 모든 과정을 수제로 만들기 때문에 제작한 다음 날까지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손님들에게 개봉한 후에는 2주 안에, 개봉하지 않았어도 한 달 안에 드시라고 안내하고 있고요. 비건 손님들이 미리 요청하면 치즈를 빼고 비건용 페스토를 만들어 드리기도 합니다.
이곳 페스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페스토를 만들 때 대부분 핸드블렌더나 믹서를 사용하는데, 저는 원재료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요리용 돌로 일일이 채소를 짓이겨 만들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절구에 넣고 절굿공이로 빻아서 만드는데, 그 방법으로 실험해보니 짓이기는 게 훨씬 더 향이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더라고요. 줄기나 잎맥 부분까지 살아 있어서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도 좋고요. 소금도 직접 구워서 사용해요. 2년 이상 간수가 빠진 국산 천일염을 고집하는데, 여느 소금에 비해 짠맛이 덜하고 맛이 깊기 때문이에요.
페스토의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밥을 차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바빴어요. 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행복한 사람인데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예요. 위장이 약한 편이라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았고, 매번 남아서 버리는 재료도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페스토, 토마토, 라구 등의 소스들을 건강한 레시피로 만들어 놓았더니 해동된 소스를 밥 또는 빵과 함께 먹는 것만으로 건강한 한 끼 식사가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소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샌드위치, 피자가 페스토페스토의 대표 메뉴인데 그 밖에 추천할 메뉴는 무엇인가요?
‘페스토 볼’이라는 메뉴요. 페스토를 올린 세발나물 샐러드에 문어 숙회를 곁들여 내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요. 세 가지 페스토 소스와 미니 바게트를 곁들이는 플레이트 메뉴도 꾸준한 인기 메뉴에요. 페이스트리 도우로 만든 달콤한 피자도 곧 선보일 예정이고요.
차가운 소면에 페스토를 비벼낸 바질 소면도 인상적이에요. 보통 페스토는 파스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잖아요.
파스타 대신 소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실 단가 때문이에요. 파스타를 사용하면 가격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보다 대중적인 재료인 소면을 사용해서 더 많은 손님들이 부담 없는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이 메뉴를 맛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선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소면에 페스토가 촉촉하게 스며들어서 파스타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아요.
시즈널 페스토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나요?
제철에 나오는 잎채소 중에 페스토와 잘 어울릴 재료를 선별해 만들고 있어요. 지금까지 시금치와 고수, 쑥, 방풍나물, 참나물, 달래, 영양 부추, 명이나물 등의 페스토를 선보였죠. 달래 페스토는 샌드위치, 명이나물 페스토는 스테이크와 함께 먹으면 맛있어요. 얼마 전에는 산지에서 배송 받아서 당근 잎 페스토도 만들어봤는데 정말 달콤했죠. 아직 가게를 연 지 일년이 되지 않아서 앞으로 맞이하게 될 계절에는 어떤 페스토를 만들게 될지 저도 많이 기대돼요.
재료는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나요?
새벽 시간에 경동시장을 가요. 그곳에는 같은 나물도 산지별로 다 있거든요. 지역의 토양과 햇빛, 바람에 따라 채소 맛이 조금씩 다른데, 경동시장에 가면 명이나물은 울릉도와 강원도, 취나물은 지리산과 제주도에서 자란 것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채소와 나물에 대한 정보를 듣는 재미도 있고요.
빵이나 파스타와 함께 먹는 레시피 외에 색다른 페스토 조합을 추천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페스토가 흰 살 생선이나 해산물과도 궁합이 정말 좋아요. 얼마 전에 도다리가 제철일 때 쑥 페스토와 도다리 회를 함께 먹었는데 맛이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고수 페스토와 석화도 좋은 조합이에요. 그 위에 스리라차 소스와 레몬즙을 조금 얹으면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완성되죠.
지금의 가게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집이 망원동이어서 출퇴근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었고, 다양한 창작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 자리는 대로변이지만 가게 안에 들어와보니 조용하고 창 밖으로 초등학교가 보이는 풍경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어요. 21제곱미터(6평)여서 크기도 적당하다고 생각했고요.
바 형태의 테이블이 부엌과 마주하고 있네요.
부엌과 테이블이 가까이 있으니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망원동에 감각 있고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들이 많거든요. 때로는 그런 멋진 사람들이 제 가게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종종 손님들에게 전시 제안을 하기도 해요. 가게 입구 옆 윈도우를 작은 전시 공간으로 꾸며 놓았거든요. 얼마 전에는 식물 생활 브랜드인 ‘씨드 키퍼’와 팝업으로 전시하며 제품 판매를 함께했고, 이달에는 동화 작가인 공윤지 작가와 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처음 가게를 공사할 때부터 그렇게 계획하고 만든 공간이에요.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는 뮤지션으로 활동했다고 들었어요.
실용음악을 전공해서 노래도 하고, 코러스와 보컬 트레이너 일도 오랫동안 했어요. 혼성 4인조 발라드 그룹으로 데뷔도 했었죠. 그 후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티칭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예술 교사 일을 시작해 작년 11월까지 이어왔어요. 그래서 가게 오픈 초반에는 하루에 4시간 밖에 열지 못했죠. 본격적으로 가게에 매진한 건 12월부터였어요.
음악과 요리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었나요?
사실 음악도 소스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여러 가지 소스를 사용해 차곡차곡 레이어를 쌓은 다음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사운드가 실현되었을 때는 정말 큰 희열이 느껴져요. 요리도 소스와 재료를 사용해 전혀 새로운 맛을 내는 과정이 음악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요리와 음악, 모두 창작을 하기 위한 좋은 도구이자 통로인 셈이죠. 아직 가게가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앨범 발매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가게가 안정된다면 언젠가 음악 활동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작은 가게의 주인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의 일을 정말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작은 가게에서는 주인의 표정이나 태도가 손님들에게 다 드러나기 때문에 주인이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지거든요. 그 감정이 음식에도 고스란히 담기는 거고요. 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만든 결과물은 결국 빛이 나고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페스토페스토도 손님들에게 그런 가게로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