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고독스테이
의미
직관적인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고독한 스테이’를 만들 것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니다가 특별한 이름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탄생 시기
2020년 12월.
핵심 가치
온전히 나로서 홀로 있는 시간, 고독을 새롭게 발견하기, 스스로와 대화하기.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고독’을 고스란히 전달할 것인가?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흰색 공간에 사람을 3시간 동안 놔두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 시간을 못 견뎌 하기에 그 공간에서 자신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해 두고, 지령이 담긴 카드를 곳곳에 숨겨놓았다.
성장 포인트
고독스테이가 3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의 피드백 덕이 컸다. 공간을 기획한 의도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사람들이 기뻐할 때 보람을 느껴 계속하고 있다.
고독스테이는 고독을 경험하는 공간이죠.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2019년 갭 이어를 가지면서 어렴풋이 기획한 공간을 구체화했어요. 당시 생산적인 일을 모두 멈추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요가 수련을 하고,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도시에 자리한 공동체 마을에서 명상을 했어요. 이곳은 명상만을 위한 공간으로 휴대폰을 맡기고 들어가야 해요. 건물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놔서 햇빛이 들어오는데, 아래 연못까지 비추죠. 아주 고요한 우주선 같았어요. 변화하는 것이라고는 내 안의 생각들과 빛, 바람, 구름 정도죠. 다른 자극이 없어요. 처음에는 낯선 감각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시간이 나한테 정말 필요했구나 하고 직감했어요. 다른 사람들과도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요.
고독한 시간을 보내셨네요. 어떤 기분을 느꼈나요?
같은 기간에 바이칼 호수 트레킹도 갔는데, 인터넷이 잘 안 터졌어요. 휴대폰이 거의 먹통이라 그저 자연 속에서 걷기만 했는데 묘한 편안함을 느꼈어요.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지니 나와의 대화가 시작되었어요. 보통 고독이라고 하면 외로움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는 것 같아요. 고립도 비슷한 뉘앙스가 있는데, 고독은 자발적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홀로 평온하고 충만한 상태가 고독이죠.
고독스테이는 어떻게 이용하나요?
입구의 새장 안에 휴대폰을 넣고 잠근 뒤 ‘고독의 방’으로 입장하게 돼요. 여러 가지 지령이 적힌 카드들이 곳곳에 있는데, 몇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의무는 아니고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이 ‘무’의 공간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죠. 나쁜 것을 빼내는 디톡스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건강한 경험을 채워 넣는 게 중요해요. 싱잉 볼로 소리 명상을 해보고, 스머지 스틱을 피우며 향도 온전히 느껴보고, 턴테이블로 바이닐을 들으며 음악에만 집중해 볼 수도 있어요. 이런 모든 행위가 명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명상이란 곧 집중하는 감각을 훈련하는 거거든요.
필기도구와 책도 눈에 띄어요.
그때그때 이 방의 취지에 맞는 책들을 큐레이션해 놓고, 만년필과 잉크를 준비해 필사를 하거나 스스로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게 했어요. 요즘 사람들은 만년필을 쓸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만년필은 천천히 쓰게 만들어주는 도구거든요. 잉크를 묻혀서 잉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잉크가 다 떨어지면 다시 잉크를 묻히는 과정에서 호흡을 가다듬듯 쓰게 돼요. 급해질 수가 없도록 나를 제어해 주는 장치인 거죠. 실제로 이곳에 3시간 동안 있다 보면 그런 감각 하나하나가 굉장히 진하게 다가와요.
실제로 고독스테이에 머물러본 손님들은 어떤 후기를 남겼나요?
20대나 30대 분들이 많이 찾는데, 초반 베타 서비스 기간에는 스테이가 끝나고 나서 간단한 설문을 진행했어요. 고독지기인 저와 대화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90% 정도가 그렇다고 응답해요. 손님들과 인터뷰도 자주 했는데, “자기에게 이런 순간이 필요한지 모르는 친구에게 이 공간을 알려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이 시간을 선물했다는 표현도 많이 하시고요. 손님 중에 70대 할머니 한 분이 기억이 남는데, 대구에 사셔서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셔서 3시간을 보내고 다시 기차 타고 3시간에 걸쳐 돌아가셨어요. 다행히도 그 시간을 정말 즐기셨더라고요.
사람들은 디톡스를 한 후에 꼭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잖아요. 고독스테이에는 화보 서비스가 있죠.
요즘 사람들은 책방에 가서도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 바쁘잖아요.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 고독의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려고 고민했어요. 폴라로이드 사진 두 장을 찍을 수 있게 했다가, 나중에는 그냥 차라리 제가 제대로 사진을 남겨드리자 싶었죠. 그것도 잠깐 동안 진행했고, 지금은 폴라로이드만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사진을 찍느라고 이 경험 자체에 집중하는 마음이 흐트러질까 봐서요.
고독스테이에서의 체험은 3시간입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참가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독스테이가 어떤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첫 계기나 경험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스스로 하기 힘들잖아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3시간을 정말 열심히 임해요. 어쨌든 돈과 시간을 내어 왔으니까요. 그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고 비워보는 경험을 해보고 나야 고독이 왜 중요한지, 나와의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죠.
고독스테이에서의 경험을 일상생활에서 이어가기 위해 뭘 하면 좋을까요?
휴대폰을 집에 놓고 잠시 산책을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면서 점차 고독의 순간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더 다양한 감각에 집중해 보는 거죠. 저는 매일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셔요. 원두를 갈 때 나는 소리나 향, 커피를 타기 위해 물을 끓일 때 나는 보글보글 소리, 커피를 따를 때의 감각까지 온전히 느껴보는 거예요. 이 자체가 저에겐 명상과 같아요.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외부의 불필요한 소음이나 자극을 차단하는 거죠.
인터넷으로 모두가 연결된 세상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연결되고 교류할 땐 내가 충분히 나 자신일 수 있어야 해요. 내가 어떤 욕망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가 흐릿한 채로 사람들과 연결되면 온전하지 않죠. 그래서 고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봐요. 더 잘 연결되기 위해 고독해지는 거죠. 내가 나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게 됐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어요. 그 점을 확장시켜서 두 번째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고독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클럽 같은 콘셉트로 꾸밀 생각이에요.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둔 채 글쓰기를 하는 모임이나, 경의선 숲길을 따라 산책하는 명상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