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심두
의미
‘심드렁’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찾다가 지금의 이름이 나왔다. 스며들 심에 머무를 두. 스며들어 머문다는 뜻이다.
탄생 시기
2020년 10월
핵심 가치
각박한 세상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잠깐의 틈이 되어주는 것
브랜드 준비 초기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과연 손님이 올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 가게를 오픈했다.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음료만 판매하는 공간에서는 착석이 금지됐다. 어쩔 수 없이 식사 메뉴로 심드렁한 얼굴의 주먹밥이 들어가는 커리를 추가했는데, 바로 이 커리가 전환점이 되어줬다. 지금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커리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공간을 살리고 손님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Q.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까?
모든 걸 혼자 꾸려가다 보니 아프지 않도록 항상 긴장된 상태로 살고 있다.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려면 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아 현재도 고민 중인 부분이다.
성장 포인트
심드렁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어딘가 정이 가는 쿠키와 메뉴들. 그리고 그것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 좁지만 알록달록한 가게의 조화.
심두라고도, 심드렁 쿠키 바라고도 부르는데요. 두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심두는 심드렁이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성 콘셉트 스토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중심에는 ‘심드렁 쿠키’라는 심드렁한 얼굴의 쿠키가 있는데, 쿠키도 판매하고 여러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지금 이곳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공간이 좁고 기다랗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 형태로 만들게 됐고, 그래서 심드렁 쿠키 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정식 명칭은 심두예요. 심드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심드렁과 비슷한 발음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스며들 심, 머무를 두 라는 한자를 찾았고, 그 뜻에 따라 ‘스며들어 머문다’는 의미도 더했어요.
심드렁 쿠키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미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작업의 일환이었던 건가요?
본래 해오던 작업들은 어둡고 진지한 게 많았어요. 드로잉을 기반으로 영상과 만화,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는데, 그게 지겨워지거나 떨쳐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조금씩 소소한 일들을 벌였죠.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과 단체 전시회를 열었고 오프닝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쿠키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럼 여기 오는 사람들 얼굴을 본떠서 만들어볼까?’ 이렇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장난 삼아 시작했던 건데 그게 같은 해에 <과자전>이라는 디저트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공식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얼굴 중에서도 특히 심드렁한 얼굴에 꽂힌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하철에서 사람들 얼굴을 관찰하는데 죄다 심드렁한 표정인 거예요. 집에 가서 버터 쿠키 반죽을 만들고 심드렁한 얼굴을 그려 넣은 다음 구워 먹었는데, 쿠키가 ‘그러든가 말든가’ 하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상한 쾌감 같은 것도 들었던 것 같아요. 부정적으로 심드렁했던 기분이 쿠키가 되어 먹혀서 사라지고, 느긋한 심드렁함만이 남은 것 같았죠.
심두에는 어떤 메뉴가 있나요? 대표 메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우선 매장에서 매일 아침 구워내는 심드렁한 얼굴의 버터 쿠키, ‘심드렁 쿠키’가 있고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심드렁 쿠키가 올라가는 ‘심두 선데’가 있어요. 심드렁한 얼굴의 주먹밥이 들어가는 커리는 주기적으로 레시피가 바뀌어요. 최근까지는 새우크림커리를 만들었죠. 음료 메뉴로는 멜론 소다와 파파야 시럽이 들어가는 청량한 ‘심두 소다’, 창작 칵테일인 ‘심두’와 ‘메론메롱’ 등이 있습니다.
음료부터 식사 메뉴, 디저트까지 종류가 다양하네요. 새로운 메뉴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원래는 쿠키 바라는 이름에 맞게 쿠키와 디저트 종류, 그에 어울리는 커피와 주류 정도만 판매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식사 메뉴가 필요해진 거예요. 식사 메뉴가 있어야 손님이 착석해 먹는 게 가능했거든요. 그래서 커리를 시작하게 된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후 주기적으로 레시피에 변화를 준 커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우선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제철 식재료 중 어떤 게 좋을지 살펴보고,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데요. 재료의 원가 등 부가적인 문제들도 고려해 본 후 판매하기에 적당할 것 같은 메뉴를 정해요. 식당을 염두에 두고 오픈한 곳이 아니라 더 다양한 메뉴를 시도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심두는 심드렁 쿠키 작업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공간인데요. 작업에 집중하기보다 공간 운영에 초점을 두게 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저는 작업과 공간 운영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요. 심두는 음식을 파는 가게지만 동시에 작업실이기도 하죠. 제가 쿠키를 재료로 작업하고 있잖아요. 작품이기 전에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식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려면 공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쿠키 외에도 심드렁이라는 이름으로 오브제, 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음식을 다루는 친근한 공간에서 작업을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심드렁을 각인시키는 데 더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예전부터 작은 가게를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겸사겸사 실현하게 된 거죠.
그래도 작가로서 활동하는 것과 대표로서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작가는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공간의 대표는 늘 사람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겠죠.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활동 모두 타인과 만나야 완성이 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내향적인 성격이라 손님을 응대하는 게 잘 맞을까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손님들에게 기운을 받을 때가 많아요. 특히 심두 메뉴를 드시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드렁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요?
우선 쿠키석 시리즈는 쿠키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인데요. 액체 형태의 레진을 붓고 그 안에 구운 쿠키를 넣어요.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져 마치 돌 같은 형태가 되죠. 그래서 돌 석 자를 붙여 쿠키석이라 부르고 있어요.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카카오헤어샵과 함께 5가지 헤어 쿠키를 만들기도 했고,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에서는 주제에 맞게 양초를 만든 적도 있어요. 양초에도 마찬가지로 심드렁한 얼굴을 그려 넣었죠. 심두 공간과 심드렁 캐릭터를 가지고 만화 작업도 종종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심드렁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요.
심드렁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심드렁한 얼굴을 한 쿠키를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잖아요. 심드렁이 그런 존재가 된다면 좋겠어요. 각박한 세상에서 잠깐이나마 피식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요. 그래서 심두라는 공간 안에서도 손님들이 머무는 동안만큼은 편안하고 즐겁기를 바라요.
심두처럼 특색 있는 스몰 브랜드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명확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당장 시작해 보기를 추천해요. 그렇지만 1인 브랜드라는 건 그 모든 걸 혼자 다 해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튼튼한 몸과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죠. 물론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어요. 아무리 많은 계획을 세워도 늘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래도 우선 시작해 보는 것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꿈꾸고 있는 심두와 심드렁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도 심두를 거점 삼아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브랜드나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성인을 대상으로 쿠키 만들기 워크숍 같은 것도 열어보고 싶고요. 스톱 모션으로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저도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