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고스트북스(Ghostbooks)
의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류은지가 자신의 존재를 희미하다 느꼈을 때 지은 이름이다. 유령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막상 맞닥뜨리면 놀라게 된다. 그런 유령이 창작자와 닮아 보였다. 창작자란 존재는 작업하는 동안에는 희미하지만, 결과물을 발표할 때는 반짝인다. 그게 창작자가 지닌 힘이라 생각한다.
탄생 시기
2015년 2월
핵심 가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든 잘 읽지 않는 사람이든 영감을 얻어 갈 수 있는 공간. 갤러리나 미술관보다 캐주얼하게 예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립 서점은 로컬 문화에 중요하고 필요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고스트북스를 오픈할 당시는 지역 내에서도 독립 출판에 대한 언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궁극적으로는 수익이 나야 지속 가능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답으로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기로 했다.
성장 포인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게 영업시간이 축소되었을 때 온라인 스토어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다. 덕분에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주문이 늘어났다. 류은지의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세컨드 브랜드 ‘리틀룸’ 역시 고스트북의 새로운 면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무언가를 한 것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고스트북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류은지 2015년부터 책을 만들어오다 김인철 씨를 만나면서 공간을 꾸리게 됐어요. 앞으로 둘이 함께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는 게 무엇일지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다 책방을 운영하기로 결심했죠. 둘의 중심에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김인철 기계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류은지 씨가 운영하는 책 만들기 수업을 듣게 됐어요. 학교생활을 하며 조금씩 써온 글을 책으로 엮어보고 싶었거든요. 당시 진로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취업을 하면서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졌어요. 평생 엔지니어로 일하며 사는 건 힘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은지 씨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독려해 줘서 함께 책방을 시작하게 됐어요.
책방을 열기로 의기투합한 후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요?
류은지 고스트북스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지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어요. 저는 서점을 꾸리기 이전에 독립 출판 제작자였기 때문에 제작자의 고충을 이미 알고 있었죠. 제작자를 고려한 시스템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갔어요.
고스트북스에서 책을 셀렉트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류은지 저는 예술 쪽, 인철 씨는 그 외 텍스트 기반의 책들을 담당하며 색이 분명한, 개성 있는 책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어요. 최대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도서를 소개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고루 갖추려 해요.
김인철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이런 책이 있었나?’ 싶은 책들이 많아요. 신간뿐 아니라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오래된 책들을 들여와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 하죠. 최근에는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방법>을 들여왔어요. 요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이야기가 다양하게 녹아 있어요.
업무는 어떤 식으로 분담하고 있나요?
김인철 저는 고스트북스의 소프트웨어를, 은지 씨는 하드웨어를 담당한다고 보시면 돼요. 책방이라는 공간이 잘 돌아가게끔 하는 운영 전반은 제가 도맡아요. 작은 부품을 챙기는 것부터요. 책방에도 제가 더 많이 나오고요.
류은지 저는 출판 관련한 일을 책임지고 있어요. 40기를 맞은 ‘유령의 책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죠. 책방에 필요한 디자인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해외 도서 셀렉트, 전시 기획도 하고요.
김인철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편이에요. 선택이 필요한 경우에만 서로 상의해서 정하곤 하죠.
좋아하는 일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손님이 좋아하는 것 사이의 중심은 어떻게 찾나요?
김인철 제가 우주 과학을 무척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우주 과학 서가가 지금보다 훨씬 컸어요. 아이패드에 이어폰을 꽂아두고 우주 과학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게 해뒀죠.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고스트북스에 기대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결국 우주 과학 서가를 한 칸으로 줄였고요. 지금도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가며 손님들의 기호를 찾으려고 해요.
류은지 저도 초반에는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책을 들여오다가 다양성이 필요하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일단 책의 종류가 많고, 장르도 다양해야 쉽게 고를 수 있겠더라고요.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기 쉬워요.
김인철 결국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서점 가운데 테이블이 원래 음료 테이블이었거든요. 조용하게 음악이 나오는 책방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각자가 구매한 책을 즐겼으면 했어요. IPA 맥주도 판매했는데, 막상 저희가 생각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진 않더라고요. 그러다 팬데믹이 오면서 음료 테이블을 없애고 차라리 책을 더 다양하게 소개하는 형태로 바꾸기로 했어요. 직접 경험해 보며 왜 안 되는지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해요. 예상대로 되는 경우는 그다지 없더라고요. 일단 해보고 방향을 수정하는 식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 도움돼요.
류은지 고스트북스가 단순히 책만 고르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간 자체를 소비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하죠. 공간, 작가들의 굿즈, 전시를 통해 받는 느낌을 책을 중심으로 연결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새로 만든 책방 스티커에 ‘유령은 용감한 이들에게만 보인다’는 문구를 넣었어요.
류은지 창작자 입장에서 예술을 하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문학을 비롯해 예술을 소비하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죠. 특히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는 더 그렇죠. 고스트북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화 예술을 발견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저와 챗GPT가 함께 만든 문장이에요.
고스트북스를 찾는 사람들은 이 공간에 어떤 것을 기대할까요?
류은지 디자인 서적이나 콘셉추얼한 책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왜 여기에 와야 하는가’를 떠올려봤을 때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잖아요. 쉽게 말해 고스트북스에는 대형 서점에서 못 보는 책들이 많아요. 해외에도 독립 출판 신이 있잖아요. 해외 작가들이 만드는 책도 직접 거래를 해 가져와요. 그런 책들은 국내에서 찾기 어렵죠. 고스트북스의 플러스 알파라고나 할까요.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나요?
류은지 서점을 운영한 지 오래된 축에 속하는데요, 저희보다 더 오래 한 분들이 무척 존경스러워요. 서점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작게 시작해 성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한 번 더 성장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 느껴요. 이 자리에 고이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류은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분명해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싶었거든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무언가 실현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인철 책방을 열기 전, 문화 예술의 소비자로만 살던 당시의 관점으로 지금의 삶을 생각하면 천지개벽할 일이에요. 제 안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 여전히 두근거리고요. 엔지니어로서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자율성이 많이 떨어졌을 거예요. 지금은 직접 공간을 운영하고 글을 쓰며 뭔가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단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자율성과 독립성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