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굼바포터리(GUUMBA POTTERY)
의미
박금주 내 이름인 ‘금주’에서 생겨난 별명이 ‘굼바’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친근하게 부르던 애칭인데, 마침 우리가 초창기에 작업했던 아프리카 감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박동훈 검색해 보니 아프리카 고대 철기 문명을 칭하는 이름이더라. 우리의 에스닉한 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명이라 생각했다.
탄생 시기
2021년 봄
핵심 가치
일상에서 실용성을 지닌 기물을 선보이며 자연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어디에서 본 적 없는 것인가?
박금주 차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물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항상 경계한다. 창작자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Q. 직관적이고 상품성이 있는가?
박동훈 비공예인의 시각에서 중요한 점은 직관성과 상품성이다. 공예적인 요소를 살리되 일반 소비자의 눈으로도 ‘와우 포인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성장 포인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급속도로 성장한 식물 시장이 굼바포터리의 도약을 이끌었다. 식물을 키우는 분들로부터 화기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고, 특히 아프리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에스닉한 디자인 화기를 찾는 고객들이 굼바포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두 분이 남매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브랜드를 함께 창업하게 되었나요?
박금주 둘 다 회사 생활을 했었는데, 우연히 서로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가 겹쳤어요. 평소에도 관심사가 비슷했던 터라 “우리 새로운 걸 한번 해볼래?” 하며 물 흐르듯 시작하게 되었네요.
각자의 전공이나 이력이 브랜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박금주 저는 공예과에서 도자와 섬유를 전공했고, 이후 텍스타일 회사에서 커튼이나 이불 등 홈 패브릭의 패턴을 디자인했어요. 그 덕분에 도자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제게는 자연스러운 작업이었죠.
박동훈 저는 영상 기획을 전공했어요. 시장과 작품을 분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작업이 도자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데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요.
두 분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 같네요.
박금주 제가 감성을 맡는다면, 동생은 이성을 담당해요(웃음).
박동훈 작업 과정도 철저히 분담되어 있어요. 누나가 물레 성형을 하면 제가 정형을 하고, 누나가 그림을 그리면 제가 굽고 유약을 바르는 식이죠. 사진 촬영은 제가, SNS 관리는 누나가 담당합니다.
굼바포터리는 고대 문명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나요?
박금주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첫날은 꼭 박물관에 들러요. 평소에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자주 방문하고요. 도자기를 포함한 다양한 공예품을 직접 보면 정말 많은 영감을 받거든요. 도자기에는 특별한 기운이 담겨 있어서, 보고 나면 마음을 다잡고 작업에 더욱 몰두하게 돼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물이 있나요?
박금주 프랑스 출장에서 본 아프리칸 러그와 도자기가 문화적 충격을 줄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남아프리카나 우간다에서 생산된 도자기를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의 형상을 닮은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아프리카인의 긴 목과 큰 귀에서 영감을 받아, 초기에는 목이 긴 화병이나 귀가 달린 항아리 오브제를 만들었어요.
박동훈 단순히 도자기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벽화에서 나오는 패턴을 재해석해 도자기에 적용하기도 해요.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문명을 탐색하며 굼바포터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있어요.
굼바포터리만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재료나 기법을 사용하나요?
박금주 빗살무늬 토기의 거친 질감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고 러프한 감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안료(물감)로 그림을 그려봤지만, 흙과 어우러지지 않아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죠. 원하는 질감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 끝에 화장토를 사용하게 되었고요. 짜개로 화장토를 짜내거나 붓으로 톡톡 두드려 양각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자연이 느껴지는 컬러도 눈에 띄어요.
박동훈 저희가 특정한 컬러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흙 자체가 지닌 색을 바탕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흙 고유의 색감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박금주 물론 유약이나 안료 등을 사용해 색을 약간 변화시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색은 흙에서 결정됩니다. 드로잉에 사용하는 컬러 역시 흙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모든 작업은 결국 흙에서 출발하죠.
두 분이 자연을 느끼는 순간이 궁금해요.
박동훈 작업실 근처에 위치한 홍제천을 걸을 때 자연을 가까이 느껴요.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깊이 담겨 있는지 깨닫게 되는데요. 옛 사대부들의 그림이나 도자기에서도 물고기, 소나무, 새 같은 자연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이러한 자연의 감각이 저희 작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박금주 고양이를 키워서인지 고양이 그림을 자주 그리게 되고, 좋아하는 동물과 식물을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이게 돼요. 그러고 보니 거의 매순간 자연을 느끼는 것 같네요.
박동훈 저는 한국 샤머니즘과 자연관에 관심이 많은데요. 자연과 공존하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의식들이 현대에 많이 사라졌다고 느껴요. 저희 작업에는 태양, 산, 물고기, 새, 곰, 뱀 같은 자연적이고 한국적인 이미지가 등장해요. 사람들이 이런 그림을 통해 저희가 느끼는 자연의 감성을 함께 경험하길 바라요. 한국적 자연관을 일상에 다시 스며들게 하고 싶어요.
화병, 머그, 접시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화기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박동훈 식물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기능적인 설계가 가장 중요해요. 뿌리가 길게 뻗는 식물, 옆으로 퍼지는 식물, 환기가 중요한 식물 등 저마다 필요한 생육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뿌리가 긴 식물은 식재 높이가 10cm 이상 되도록 디자인하고, 환기가 중요한 식물은 빨리 마를 수 있는 환경을 염두에 둡니다. 그다음으로는 그림이 돋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고려해요. 지나치게 넓게 퍼지는 형태는 그림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에요.
테이블웨어를 만들 때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박동훈 테이블웨어는 화기나 오브제와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여기죠. 아무리 예뻐도 불편하면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실용성과 동시에, 저희의 패턴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박금주 크고 무거운 기물을 만들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너무 큰 도자 기물은 실용성이 떨어지고,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많더라고요.
협업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협업 사례가 있나요?
박동훈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하나는 삼각지역에 위치한 아프리카 식물 전문 숍인 ‘고어플랜트’와의 협업이에요. 식물 형태와 크기에 대한 조언을 받으며 화기를 작업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또 하나는 작업실 근처의 카페 ‘올웨이즈어거스트’와 협업해 머그를 제작한 일이에요. 식기는 유약 처리가 필수인데, 마음에 드는 유약이 별로 없어 이전에는 테이블웨어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이번 협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식기를 제작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협업해 보고 싶은 분야나 목표가 있다면요?
박금주 섬유를 전공해서 그런지, 의류나 홈 패브릭처럼 섬유를 다루는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박동훈 저는 도자로 만든 조명 작업을 해보고 싶네요.
박금주 언젠가는 저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굼바 홈’을 만들고 싶어요. 도자기를 중심으로 패브릭, 조명, 가구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공간이죠. 굼바포터리만의 자연스러운 감성을 담아 쇼룸 겸 라운지로 선보이고 싶어요.
손으로 만든 도자에는 작업자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했어요. 두 분은 작업에 어떤 마음을 담나요?
박금주 작은 기물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게 대해요. 두께나 굽의 형태 같은 작은 요소도 꼼꼼히 신경 쓰죠.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치는 퀄리티라면 과감히 생산을 포기할 때도 있고요.
박동훈 실용성, 디자인, 무게감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키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용자가 오래도록 만족하며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