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포스티스 (POHS TIHS)
의미
‘SHIT SHOP’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사업자 등록을 하기 직전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떠올린 이름인데, 너무 진지한 의미를 담거나 멋있기만 한 이름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오히려 나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탄생 시기
2022년 4월
핵심 가치
어느 시대, 어떤 분야든 언더그라운드 신은 문화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활력을 불어넣는 작용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포스티스는 소규모 독립 브랜드를 지지함으로써 언더그라운드 신이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직장인 ‘휴먼트리’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나를 이끌어줄 만한 선배 디렉터나 디자이너가 주변에 없었다. 국내 서브컬처 신이 형성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인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 외로웠다. 그래서 늘 그런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내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포스티스를 오픈하게 됐다.
성장 포인트
최근 20여 팀과 협업해 로컬 진 페어(Local Zine Fair)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놀라면서도 기뻤다. 신생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사람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꾸준히 기획하고 선보이려 한다.
이력이 꽤 독특한데요. 밴드 활동을 하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전향한 계기는 뭐였어요?
원래 만화를 그리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같이 만화를 하던 친구들끼리 홍대 ‘드럭’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펑크 록에 빠지게 된 거예요. 그렇게 음악 활동을 하면서 아는 밴드들 앨범 재킷이나 포스터를 그려주곤 했어요. 미국이나 영국의 펑크 록에 점점 더 심취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아트, 그래픽 아트를 경험하게 됐고, 그때 ‘이런 걸 하고 싶다’ 느꼈던 거죠.
그래픽 아트의 어떤 점이 좋았어요?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197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만화라고 하면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만을 떠올렸는데, 미국에는 마약, 폭력 등 사회 문제를 다루는 만화들이 있었죠. 그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또한 1970~80년대 펑크 록이나 스케이트보드, 서프보드 아트를 보면 만화적인 그래픽 작업이 많은데,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스타일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만화적인 요소가 있는 그래픽이 어떻게 보면 제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죠.
포스티스 내부만 둘러봐도 그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듯해요. 숍을 열고자 마음먹은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 그 생각을 떨쳐내려고 1년 정도는 일에만 몰두했죠. 그러다 너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실례를 범했고, 저 자신에게도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그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더는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그냥 좋아하는 거 하면서 밥 안 굶고 살면 그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랬을 때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게 제 공간을 여는 거였어요. 원래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긴 했는데, 이제는 정말 열 때가 된 것 같았죠.
브랜드를 셀렉트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스트리트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그래픽적으로도 신선한 색깔을 보여주어야 하죠. 신선한 것의 기준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표현하고 싶은 게 명확한지, 다른 작업을 어설프게 따라 한 건지 딱 보면 느껴져요.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대규모 자본이 들어갔거나 너무 볼륨이 큰 브랜드는 포스티스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브랜드 하나를 소개한다면요?
현재 입점한 모든 브랜드가 소중하고 특별해서 하나를 꼽기가 무척 어려운데요. 포스티스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어울리는 브랜드라면 ‘풀보이(POOLBOY)’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 부천에 사는 18세 고등학생 친구들이 만드는 브랜드인데, 아직 설익은 부분도 있지만 스트리트 문화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문화적 배경 등을 공부해 가면서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표현하려는 것 같아 대견하더라고요.
다양한 로컬 매거진 라인업도 눈에 띄는데요. 최근에는 로컬 진 페어를 성황리에 개최하기도 했죠.
인디펜던트 진 문화는 서브컬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에요. 꼭 작가나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로컬 진 문화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싶었죠. 디지털이 과도하게 발달하면서 오히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종이 콘텐츠가 더욱 가치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에 공감하시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 1인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죠. ‘남의 일’과 ‘나의 일’을 모두 경험해본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투자한 만큼 회수가 안 될 거예요. 그 기간을 버텨내야 해요.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다른 수입원을 가지고 브랜드 운영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 보면 번아웃이 오기가 쉬워요. 남들의 두 배를 해야 하고 일과 휴식의 경계도 모호할 테니까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버티고, 그 과정에서 나의 멘털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너무 현실적으로만 이야기했나요? 그래도 좋으면 해야죠.
소규모 편집 숍은 대표의 취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의 정의에서 나아가 더욱 뾰족한 콘셉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지로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취향이 명확하다면 어떤 가게를 열고 싶은지 자연스레 그려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거죠. 뻔한 말이지만 무엇이든 많이 경험해 보세요.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고, 무리하게 콘셉트를 잡으면 어색한 티가 나기 마련이니, 그 부분을 경계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포스티스의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국내 언더그라운드 코믹스를 한번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큐 점프〉 같은 만화 단행본을 내보는 거죠. 너무 전문적인 작가보다는 아마추어들이 정말 좋아서 그리는 만화들을 포스티스라는 이름으로 한곳에 묶어보고 싶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한곳에 오래 자리하고 싶은 게 지금의 바람이에요. 더 나이 들어서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도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들을 위해 공간을 내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