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대표가 설립한 프릳츠커피컴퍼니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서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역시 커피가 쓰디쓰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스포츠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커피란 그저 달달한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였다. 커피라는 세계에 빠져든 건 친구가 데리고 간 카페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셨는데, 세상 처음 느껴보는 묵직함과 강렬한 풍미에 매료되고 말았다. 커피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커피에 대해 더 알고, 배우고 싶어졌다. 그 후 매일 그 카페에 드나들다시피 하며 커피를 마셨고, 우연히 시작한 카페 아르바이트는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전환점이 되었다. 로스팅 방식, 원두 산지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매일 새로운 맛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처럼 다채로운 커피를 마시고 배우면서 커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단순히 궁금하고 좋아한다고 내 취향의 커피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이 마시고 기록하는 것이다. 거창하진 않아도 좋다. 그저 맛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오늘 내가 마신 커피가 무엇이고, 그 맛이 어땠는지 기입하면 된다. 이는 그가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 빼놓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다. 한번은 아프리카 케냐산 커피를 마시고 “아주 강인한 달리기 선수 같다.”는 메모를 남긴 적이 있는데, 그 문구 덕분에 지금까지 그때의 특별했던 맛을 기억할 수 있다. 커피의 맛과 그곳의 분위기 등에서 느낀 감정을 전문 용어, 맛 표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적어본다. 실제로 맛에서 진짜 ‘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 공간, 날씨, 풍경, 감정, 함께 마셨던 사람 등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어 진정한 커피의 맛이 완성된다.
김병기 대표는 보다 더 쉽게 커피 맛을 알고 싶다면 커피를 마실 때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요소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누군가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집중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신 후 남는 여운으로 커피를 평가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가 어떤 것을 토대로 커피 맛을 평가하는지 살펴보고 그 부분을 신경 써서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나다운 커피 생활은 이미 시작됐다.
Interviewee 김병기
‘코리안 빈티지’라는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브랜드로 거듭난 프릳츠커피컴퍼니 대표이자 브랜드디렉터. 세계의 커피 산지를 직접 다니며 생두를 구매하고, 프릳츠에서 바리스타로서 커피를 내리기도 한다.
Image Fritz Coffee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