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척의 여하연 이사는 본래 20년 경력의 베테랑 에디터였다. 10년 넘게 여행 잡지 편집장을 지낸 그에게 ‘로컬’은 너무나도 익숙한 주제. 여행 콘텐츠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도시나 지역만의 문화에 집중하게 됐는데, 그 안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었다. 관련 에세이를 냈을 정도로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여하연 이사는 여행할 때면 항상 그 지역의 재래시장을 방문한다. 시장이야말로 사람과 식재료 그리고 음식까지 로컬의 모든 것이 한데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포틀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포틀랜디아>의 한 장면이었다. 두 주인공이 레스토랑에서 닭 요리를 주문하며 이 닭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는지 묻는 것이 더 이상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 및 유통이 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 후의 변화였다. 그가 시골친척에 합류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다 정직하고 건강하게 키운 식재료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로컬 푸드를 가까이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농장에서 어떻게 재배된 식재료인지 알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거는 것은 자신감과 정직함의 증거다. 그다음은 맛이다. 최적의 요건을 갖춘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인 만큼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유명했던 산지를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복숭아 산지는 최근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로컬 푸드를 찾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푸드 마일리지’ 때문이다. 푸드 마일리지란 먹거리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뜻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생산, 운송, 소비 과정이 길어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살충제나 방부제를 사용할 확률이 높고,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환경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직접 농장에서 주문을 하거나 시골친척과 같은 로컬 푸드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내 몸에도 지구에도 보다 안전한 식재료를 즐길 수 있다.
로컬 푸드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이게 로컬 푸드였어?’ 싶은 식재료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여하연 이사가 꼽은 이색 로컬 푸드는 바로 함양 파와 제주 아티초크. 대파를 태워서 껍질을 벗겨 먹는 ‘칼솟타다’는 ‘칼솟’이라는 스페인 대파가 주재료인 음식이라 그동안 국내에서는 쉽게 요리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경남 함양에서 칼솟과 비슷한 파를 품종 개량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국화과의 다년생 식용 식물인 아티초크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어서 볶음, 샐러드, 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티초크 또한 제주에서 생산하면서 새로운 로컬 푸드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 더 맛있고 안전하게 먹으면서 소소한 재미까지 얻을 수 있는 로컬 푸드의 세계로 지금 바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Interviewee 여하연
농식품 큐레이션 플랫폼 ‘시골친척’의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시골친척의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해 키운 제철 로컬 식재료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