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은행원은 생애 첫 독립 출판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독립 출판 문화의 구심점인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의 이야기다. 시작은 직접 찍은 사진을 잡지에 싣게 된 경험이었다. 자신의 사진이 매거진에 인쇄된 모습에 매력을 느낀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의 도움을 받아 네 권의 사진집 시리즈를 만들었다. 2012년 당시에는 독립 출판을 취급하는 서점이 2~3곳밖에 없어서 직접 서점까지 열게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첫 지점인 서울 해방촌점을 비롯해 후암점, 강남점까지 확장했다. 각 지점에서는 ‘클럽 스토리지’라는 이름으로 독립 출판에 관한 다수의 수업도 진행 중이다. 강영규 대표는 자신과 같은 독립 출판 제작자를 위한 북 페어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퍼블리셔스 테이블〉, 소규모 페어인 〈책보부상〉 그리고 올해 5월에 연 〈리틀프레스페어〉 등이다. 그가 이토록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벌일 수 있는 힘은 즐거움에서 온다. 콘텐츠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오롯이 혼자 힘으로 만든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은 그에게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보람을 가져다준다.
일반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과 독립 출판으로 제작한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강영규 대표는 ‘다양성’이라 말한다. 일반 출판물은 기획 단계부터 예상 독자를 상정해 책을 만드는 데 반해 독립 출판은 만드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기획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우울증 경험담이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낸 연애 편지 모음, 이틀 동안 휴대폰 없이 살아본 경험담 등 아주 사적인 이야기라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경계 없는 기획처럼 책의 형태도 무궁무진하다. 사진을 엽서 크기로 인쇄해 묶거나 종이 한 장이 책이 되는 등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무엇이든 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제, 소재, 디자인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에 오히려 자신의 책을 어떻게 만들지 그리는 작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자신의 책을 구체화할 때는 다른 사람이 만든 독립 출판물을 많이 접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렇게 책의 테마를 기획했다면 이를 채울 콘텐츠를 모아 디자인 작업을 하면 된다. 이때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인디자인’인데, 강영규 대표는 참고 도서로 아인스튜디오에서 나온 〈페어퍼 마진〉을 추천했다.
강영규 대표는 독립 출판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책을 만들고 싶지만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매일 기록을 해볼 것을 권한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패턴인 것 같지만 막상 기록을 해보면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기 때문이다. 일상이나 동네, 반려동물, 주변 사람 등을 매일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 잠들어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일깨울 수 있다. 혹시 이런 기록이 특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가? 자신을 표현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그 자체가 강영규 대표가 생각하는 독립 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다.
Interviewee 강영규
독립 출판물을 취급하는 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대표이자 10년 동안 80여 권을 독립 출판한 제작자다. 독립 출판을 통해 얻은 즐거움과 보람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책방에서 초심자를 위한 독립 출판 클래스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