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의 책상은 어떤 드라마를 품고 있을까. 수많은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과 정적이 지나갈 때 몇 번이고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악상을 떠올려야 할 이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영상 속 미세한 움직임과 생활사운드 사이에 침투하여, 이야기가 나아갈 징검다리를 놓는 모습. 음악가의 책상 역시 고유한 드라마를 쓰는 중이지 않을까.
<스카이 캐슬> OST ‘We All Lie’의 작곡가로도 알려진 최정인을 만났다. 최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환승연애3>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더욱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의 책상은 파도가 들이치는 연안처럼 이야기로 가득했다가 금세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한다. 고요와 격변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그래도 길을 잃진 않는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음악 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
책상 체험담
“패이지 않는 단단한 나무. 잘 재단된 걸로. 이런 경험 끝에 결론 내린 내 책상 상판 소재의 조건이었다. (…) 그 나무를 찾아 떠났다. 내 집 가구를 제작하며 친해진 가구 제작자가 알려준 곳으로.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목공용 고급 원목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안성에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어느 주말 처음 가보는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나무 쇼룸. 손바닥만 한 크기부터 화물차로 실을 수 있는 크기까지, 나의 인지 규모를 뛰어넘는 나무들 사이에서 수상할 정도로 저렴한 원목 상판을 하나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교통 체증 내내 신이 났다.” _ [differ column] 박찬용 ②
축복받은 시시포스의 책상
십수 년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 ‘더 퍼스트 펭귄’을 운영해 올 만큼 지구력이 강한 최재영 대표에게도 책상은 여전히 롤러코스터였다가 높은 언덕이 되고, 한참 다시 돌아가야 할 가파른 내리막길로 펼쳐진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 속에서 하루하루의 저주가 축복이 되고, 지루한 반복이 즐거운 변주가 되고, 경험이 미래가 되는 장면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글로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 글로 자신의 책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도 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을 자비이자 축복이라고 느끼는 경지는 어떻게 생각해도 높기만 하지만, 넓은 시야로 봤을 때 우리들의 책상은 미래로 통하는 가장 낮은 언덕일지도 모르겠다.
그럴싸한 소재들과 열악한 책상들
“잡지 에디터 업계는 에디터라는 직장 생활을 해도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외부 원고나 집필 등 창작 관련된 일을 한다면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30대 중반부터 온갖 일을 했다. 늘 일이 넘쳤으니 장소를 가릴 경황이 없었다. 사람 없는 도서관에서. 급한 연락을 받으면 버스나 택시 안에서. 이코노미 클래스의 접이식 테이블 위에서. 도서관 책상은 묵직해서 좋았고 이코노미 클래스 테이블은 역시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깨달은 좋은 책상의 조건이다.”
_ [differ column] 박찬용 ①
오독오독 읽으며 독서력을 키우는 법
“몰랐다. 독서란 내 속에 있는 줄도 몰랐던 씨앗을 싹 틔우는 일이라는 것을. 심지어 ‘오독오독 북클럽’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씹어 먹다 보면 나의 가난한 정원에 수많은 색상의 수많은 모양의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이 정원은 내가 만든 정원이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정원이 내 오랜 책상 위에 생겨났다. 나는 책을 햇빛으로 삼아, 글을 비료로 삼아, 수많은 사람들의 오독을 물줄기 삼아, 이 정원을 잘 가꿔볼 생각이다. 언젠가 당신도 이 정원에서 만날 수 있길.” _ [differ column] 김민철 ③
운명의 책상에 앉아 가장 먼 곳으로 여행을
“책상 앞에 앉아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내 눈앞에 오래전 목수 언니가 만들어준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빼곡한 책들이 보였다. 그곳이었다. 내가 도착하고 싶은 곳은. 그 사람들이었다.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껏 책 속을 여행하며, 그 속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생각에 젖어 들고 싶었다.” _ [differ column] 김민철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