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업의 본령은 누군가 혹은 어떤 브랜드를 대신해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하는 것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시시포스’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책상에 앉는 순간은 늘 하던 창작의 출발선인 것이죠. 숙제가 시작되는 어떤 장소이기도 하고 공간이란 점에서 책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축복받은 시시포스의 책상
십수 년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 ‘더 퍼스트 펭귄’을 운영해 올 만큼 지구력이 강한 최재영 대표에게도 책상은 여전히 롤러코스터였다가 높은 언덕이 되고, 한참 다시 돌아가야 할 가파른 내리막길로 펼쳐진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 속에서 하루하루의 저주가 축복이 되고, 지루한 반복이 즐거운 변주가 되고, 경험이 미래가 되는 장면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글로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 글로 자신의 책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도 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을 자비이자 축복이라고 느끼는 경지는 어떻게 생각해도 높기만 하지만, 넓은 시야로 봤을 때 우리들의 책상은 미래로 통하는 가장 낮은 언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