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의 파동은, 언제나 고요에서 시작된다
“규칙적인 루틴을 따르는 편은 아니에요. 작업은 늘 같은 자리에서 하지만, 그 흐름은 그날의 감정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한 음도 안 나올 때가 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이 열리듯 곡이 쏟아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루틴'보다는 ‘열릴 준비가 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요가나 명상,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도 그 준비의 일부예요.”
책상, 기쁘고 슬픈 모든 에너지의 집결지
“영상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의 책상은 어떤 드라마를 품고 있을까. 수많은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과 정적이 지나갈 때 몇 번이고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악상을 떠올려야 할 이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영상 속 미세한 움직임과 생활사운드 사이에 침투하여, 이야기가 나아갈 징검다리를 놓는 모습. 음악가의 책상 역시 고유한 드라마를 쓰는 중이지 않을까.
<스카이 캐슬> OST ‘We All Lie’의 작곡가로도 알려진 최정인을 만났다. 최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환승연애3>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더욱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의 책상은 파도가 들이치는 연안처럼 이야기로 가득했다가 금세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한다. 고요와 격변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그래도 길을 잃진 않는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음악 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