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사월의 책상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을 만났다. 일과 생활과 꿈이 뒤섞인 그만의 운동장, 책상은 오늘도 분주하다. 최대한 이상하되 이따금 아름다운 것이 만들어지는 곳. 다가올 새로운 10년을 위해, 사월은 다시 사월스러움을 공부한다.
모든 감정의 파동은, 언제나 고요에서 시작된다
“규칙적인 루틴을 따르는 편은 아니에요. 작업은 늘 같은 자리에서 하지만, 그 흐름은 그날의 감정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한 음도 안 나올 때가 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이 열리듯 곡이 쏟아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루틴'보다는 ‘열릴 준비가 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요가나 명상,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도 그 준비의 일부예요.”
책상, 기쁘고 슬픈 모든 에너지의 집결지
“영상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의 책상은 어떤 드라마를 품고 있을까. 수많은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과 정적이 지나갈 때 몇 번이고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악상을 떠올려야 할 이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영상 속 미세한 움직임과 생활사운드 사이에 침투하여, 이야기가 나아갈 징검다리를 놓는 모습. 음악가의 책상 역시 고유한 드라마를 쓰는 중이지 않을까.
<스카이 캐슬> OST ‘We All Lie’의 작곡가로도 알려진 최정인을 만났다. 최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환승연애3>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더욱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의 책상은 파도가 들이치는 연안처럼 이야기로 가득했다가 금세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한다. 고요와 격변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그래도 길을 잃진 않는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음악 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
시공간을 비우고 자연을 채우는 음악
“제 업의 본령은 누군가 혹은 어떤 브랜드를 대신해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하는 것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시시포스’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책상에 앉는 순간은 늘 하던 창작의 출발선인 것이죠. 숙제가 시작되는 어떤 장소이기도 하고 공간이란 점에서 책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축복받은 시시포스의 책상
십수 년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 ‘더 퍼스트 펭귄’을 운영해 올 만큼 지구력이 강한 최재영 대표에게도 책상은 여전히 롤러코스터였다가 높은 언덕이 되고, 한참 다시 돌아가야 할 가파른 내리막길로 펼쳐진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 속에서 하루하루의 저주가 축복이 되고, 지루한 반복이 즐거운 변주가 되고, 경험이 미래가 되는 장면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글로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 글로 자신의 책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도 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을 자비이자 축복이라고 느끼는 경지는 어떻게 생각해도 높기만 하지만, 넓은 시야로 봤을 때 우리들의 책상은 미래로 통하는 가장 낮은 언덕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매 순간 선택하고 흘려보내는 것
나는 한없이 웃고 싶을 때마다 예능 프로그램을 켜듯 오롤리데이의 SNS 계정에 들어갔다. 그때마다 롤리, 박신후 대표의 열연이 펼쳐졌다. 문득 그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매일 즐거웠을까? 이번엔 카메라 앞 롤리가 아닌, 아무도 없는 책상 앞에서의 박신후를 만났다.
책상 위로 흐르는 음악, 음악이 스며든 그림들
“그냥 해야 하는 거예요.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러다 보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아니면 과정 자체가 보상이 되는 순간을 만나요. 그냥 기분이 좋은 때. 창작자들은 과정에서 힘을 얻어야 회복이 되어요.”
그림이 만들어준 삶을 지켜내는 일
10년 넘게 디지털과 유화를 오가며 그림을 그린 작가 그림비. 그림이 목표가 아닌 삶이 된 날부터, 책상은 남다른 각오를 다지는 장소가 아닌 사랑하는 식구들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확인하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