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미래를 모르는 사람의 것이다.” 소설가 문지혁의 장편 소설에 나온 문장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측할 수 없기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어, 결국에는 그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문지혁은 자신이 쓴 글처럼 산다. 죽기 직전까지 신작을 발표했던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처럼 ‘계속 쓰는 삶’을 바라며 그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모든 일이 ‘나만의 목소리’를 지닌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Daily Schedule
소설가 제임스 설터, 스티븐 킹은 데뷔 초 밤에 글을 썼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유지하려면 낮 동안에는 생업과 육아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한 소설가 문지혁도 그들과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잠은 오전에 몰아서 자고,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일들을 해낸다. 그런 뒤 집 안이 고요해진 자정이 되어서야 글쓰기 작업에 열중한다. 그에게 밤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자 활동적인 때다.
AM 12:00ㅣ차는 작업의 시그널
“집 안이 고요해지면 차를 우려요. 한 컵 가득 차를 따르고 나면 이젠 몸이 알아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예전에는 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건강을 생각해 차로 바꿨어요. 날이 추울 때는 홍삼차를 즐겨요. 서재에 들어가면 곧장 글을 쓰기보단 이메일 체크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하기도 해요. 작업에 필요한 독서를 할 때도 있죠. 그러다 보면 차는 식고, 창문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해요. 그때부터 전날 쓰던 소설에 한 줄을 더해요.”
AM 4:00ㅣ내일을 위한 스트레칭
“지난해에 몸이 크게 아팠어요. 이러다가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두려웠어요. 그때부터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죠. 잠들기 전 항상 상체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를 해요. 남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운동 축에도 들지 못하겠지만요(웃음). 간단한 동작이긴 한데 이젠 하루라도 빼먹으면 다음 날 어깨와 허리가 아프더라고요. 더 오래 쓰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AM 4:30ㅣ하루를 정리하는 기도
“세 살 때부터 기도를 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작업이 잘되기를 신에게 비는 일이 제게는 일종의 명상처럼 느껴져요.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들을 되뇌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돈되거든요. 특히 한창 작업하는 시즌에는 현재 쓰고 있는 작품에 온전히 몰입해야 하는데, 기도를 하면 자는 동안에도 내가 써야 할 것들을 생각할 수 있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 않을 때도 이야기 속에 살아야 소설을 쓸 수 있어요.”
PM 9:00 ㅣ아이와의 단어 게임
“아이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늘 함께하려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큰아이는 함께 침대에 누우면 늘 게임을 하자고 하는데, 보통 끝말잇기와 초성 퀴즈를 원해요. 서로 단어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스르르 잠들어 있고요. 아이는 빠르게 자라니까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게 소중한 일과 중 하나죠.”
TIP 문지혁을 소설가로 만들어 준 책 3
1 폴 오스터 <빵굽는 타자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 폴 오스터가 데뷔 전후 겪은 시행착오를 담은 자서전이다. 문지혁 작가는 습작생 시절, 이 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2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앞부분은 자서전, 뒷부분은 작법서로 이뤄진 책이다. 소설 쓰는 방법의 기초를 직설적이고 쉽게 알려주어, 입문서로 적합하다.
3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문학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야기하며, 창작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문지혁 작가가 자전적인 소설을 쓰게 된 데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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