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수연 문화 교류 공간인 ‘신촌문화관’과 리빙 브랜드 ‘행잉스터프’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편, 나는 바느질 작업 레이블 ‘림서울’을, 임상완 대표는 크래프트 막걸리 브랜드 ‘림보이양조’를 별도로 전개하고 있다. 매일 서로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상의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주고받기 때문에 때로는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내 성장의 터닝포인트
상완 신촌문화관을 오픈한 직후 코로나19가 시작됐다. 계획했던 많은 일정이 미뤄지고 취소됐지만,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삼기로 결정했다.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인도의 스테인리스 실버 랙을 여러 과정 끝에 직접 제작하기에 이른 것. 이를 계기로 신규 브랜드 행잉스터프를 론칭했고, 팬데믹 동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브랜드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
수연 우리의 브랜드들이 국내외로 하나둘 소개될 때마다 우리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림보이양조의 대표 제품인 ‘레이지댄싱서클’ 막걸리는 전국 곳곳의 소매점에서 판매하며, 림서울은 현재 일본 도쿄에서 팝업 행사를 앞두고 있다.
➊ 누비 골무
수연 얼핏 반지처럼 보이는 이 골무는 전통 바느질 기법인 ‘누비’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다. 세 번째 손가락에 끼워 바늘을 미는 역할을 한다. 현재 나는 무형 문화재 전승 교육사 스승님에게 이수자 교육을 받는 전수생으로, 매일 조금씩 쪼갠 시간을 바느질에 할애한다. 목표가 있기에 늘 약간의 부담을 안고 작업대에 앉지만, 골무를 끼고 바늘을 잡는 순간만큼은 휴식이자 힐링, 때로는 고요한 명상의 시간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누비 작업에 오랫동안 매진하고 싶다.
➋ 원두 로스팅 기계
상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했던 2000년대 초반은 ‘블루보틀’과 ‘리추얼 커피’ 같은 특별한 커피 브랜드들이 태동한 시기였다. 이후 서울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 마셨고, 더 다양한 원두를 접하기 위해 직접 로스팅을 시작하게 됐다. 무려 1년을 기다려 손에 넣은 영국 브랜드 ‘이카와(Ikawa)’의 로스팅 기계는 집에서 요긴하게 사용하는 도구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면 로스팅 시간과 온도를 조정할 수 있어 취향에 맞는 원두를 손쉽게 만들어준다. 원두 산지와 품종에 따라 추출되는 커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혼자 실험도 해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원두에 대한 깊은 관심은 내추럴 와인을 거쳐 막걸리로까지 확장됐다. 마침내 크래프트 막걸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니, 이 로스팅 기계가 고마울 수밖에.
➌ 스틸 병따개
상완 물건을 선택할 때 만듦새를 중요하게 여긴다. 잘 만든 도구를 손에 쥐고 사용할 때 재미와 만족이 유독 크기 때문이다. 림보이양조의 레이지댄싱서클 막걸리는 맥주병에 담겨 있어 병따개가 필요한데, 디자인이 예쁘면서도 용도에 맞는 병따개를 찾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도쿄 여행 중 발견한 이 스틸 병따개는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에,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래 사용해도 변하지 않을 이 병따개처럼, 수연과 내가 만드는 물건들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기능을 다하면서 충분히 매력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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