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differ playlist
당신의 책상을 영감의 피드로 만들어줄 플레이리스트. 때로 음악은 우리를 어떤 세계에 데려다 놓습니다. 인터뷰이들이 직접 큐레이션한 음악과 함께 그들의 작업 세계에 들어가보세요.
음악에 조예가 깊은 편도 아니고, 책상에서 작업할 때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을 선곡해 듣진 않습니다. 다만, 자연을 닮은 음악이나 시공간을 비우는 힘이 있는 곡은 좋아합니다. 가사 없는 앰비언트 장르를 선호하고, 가사가 있다 하더라도 의미가 잘 흡수되지 않는 음악을 주로 틀어둡니다. 요즘은 Stephan Moccio와 Olafur Arnalds를 찾게 되네요.
*본 플레이리스트는 최재영 대표가 직접 큐레이션하였습니다.
01. Stephan Moccio – Home
02. Stephan Moccio – A Daydream in Camelot
03. Olafur Arnalds – Near Light
04. Olafur Arnalds – saman (Sunrise Session II)
05. Olafur Arnalds – ekki hugsa
06. Sigur Ros – Hoppipolla
07. Sigur Ros – All Alright
08. King Creosote & Jon Hopkins – First Watch
09. Steve Reich – Runner
10. Fennesz & Ryuichi Sakamoto – Glow
(…)
책상 앞에 숙제하러 간다는 표현이 재밌어요. 숙제도 숙제 나름일 텐데, 대표님이 하시는 일은 어떤 종류의 숙제인가요?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의무감으로만 하는 숙제는 아니고요. (웃음) 특별하지 않지만 늘 해야 하는 임무 있잖아요. 그렇다고 아주 가볍게 볼 순 없는 임무.
제 업의 본령은 누군가 혹은 어떤 브랜드를 대신해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하는 것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시시포스’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책상에 앉는 순간은 늘 하던 창작의 출발선인 셈이죠. 숙제가 시작되는 어떤 장소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니까 어떤 면에선 책상이 중요한 의미를 갖긴 하네요. 저희 업무가 책상 업무로만 국한되는 게 아니고, 건설 현장에서 이뤄지거나 미팅 업무도 많은데 그래도 33%의 비중으로 책상 업무를 하니 꽤나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
의무감으로 느끼지 않되 가볍게만 볼 수도 없다는 말씀에서 책상에서의 시간이 ‘수련’에 가까운 뉘앙스로 느껴지는데요. (웃음)
정말 수련하는 것처럼, 책상에 있다 보면 적나라한 감정의 변화를 시시각각 목도해요. 대부분 여기서 전화를 받거든요. 진짜 성심을 다해보고 싶은 일이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계약되면 너무 기분 좋다가도 클라이언트와 마찰이 생기거나 문제가 안 풀리면 막 짜증이 나기도 하는 거죠. 크고 작은 모든 성사와 불발 사이에서 여전히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매일 단련의 시간이군요. 그렇다면, 책상 수련에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뭘까요? 많은 사람들이 아웃풋의 양으로만 오늘 하루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대표님은 어떠신지 들어보고 싶어요.
역시 스튜디오의 상황과 여건에 관한 것으로 판단하게 되는데요.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처음엔 ‘와, 이거 되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구 디벨롭하게 돼요. 그려보기도 하고 써보기도 하고,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그 아이디어들을 실제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나 조건에 어긋날 때가 있고, 또 너무 주관적인 취향에 기반한 생각들이라 정작 프로젝트가 가야 할 방향성에서 벗어난 얘기로 그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건 또 사장된 아이디어가 되는 거죠. 혹은 그런 과정 안에서 원래 고민의 시작점과 굉장히 다른 얘기로 흘러갔지만, 정작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고요.
긴 호흡으로 놓고 보면 책상에서의 시간은 결국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는 무엇이기보다, 그저 저 자신이 단단해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거죠.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인 거거든요. 성공과 실패가 쌓이고 쌓이고, 그 반복을 견뎌야 내공도 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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𝗖𝘂𝗿𝗮𝘁𝗶𝗼𝗻 Jaeyoung Choi
𝗘𝗱𝗶𝘁 Haeseo Kim
𝗩𝗶𝗱𝗲𝗼 & 𝗘𝗱𝗶𝘁 Dayeon Lee
𝗣𝗵𝗼𝘁𝗼 Chanwoong Jeong
𝗗𝗲𝘀𝗶𝗴𝗻 Jaehyung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