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720P가 아니라 4K로 보려고 노력해요.” 멜론 마케팅팀 노다혜 팀장은 시니컬한 태도를 가장 경계한다. 이성적으로 따져보기만 해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일을 대하면 그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한계 없이 확장한다. 그는 이 생각을 놓치지 않고 메모장에 기록한다. 그 메모가 씨앗이 되어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으로, 에세이나 소설로 자라나 그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간다.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로.
Daily Schedule
여느 직장인처럼 노다혜도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렇기에 자투리 시간을 요긴하게 활용해야 한다. 출근 전 경제 뉴스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면서도 새로 나온 영상을 찾아 트렌드를 파악한다. 이토록 꽉 찬 하루를 보내다 보면 여러 생각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폰 메모장을 연다.
AM 7:00 l 독서는 대화의 시간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좋아해요. 버스 옆자리에 탄 아주머니나 가게 사장님처럼,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분들의 얘기에서 받는 인사이트가 많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순간이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책을 펼쳐요. 보통 출근길 버스 안에서 독서를 하는데, 40분 동안 글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어요. 취향이나 관점이 저와 비슷할 땐 마치 친구를 만난 것 같죠. 반면 과학, 인류학처럼 생소한 분야를 탐험하다 보면 평소 내가 하지 않을 법한 생각이 떠올라요.”
PM 12:00ㅣ나의 영감 수집법은 산책
“메모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해요. 저는 매일 점심시간에 1시간씩 회사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요. 나와 만나는 약속이죠. 녹음이 우거진 길을 걸으며 오전에 나를 스쳐 지나간 생각을 메모장에 옮겨 적어요. 글로 정리하다 보면 뜻밖의 확장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요. 이때 음악을 들으면 몰입이 더 잘되어요.”
PM 7:30 l 낯선 세계로의 모험
“퇴근 후 운동이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평소 관심 밖에 있던 분야를 디깅해요. 낯선 사람과 만날 때처럼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평소 좋아하던 K팝 대신 클래식이나 제3세계 음악을 찾아 듣고 있어요.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걸 넘어 그 장르의 팬 문화까지 찾아보며 ‘덕질’을 체험하는 편이에요. 그런 데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마케팅 기획이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내 알고리즘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새로이 보이는 게 생겨요.”
PM 9:00 l 회고는 메모의 끝
“메모를 적기만 하고 다시 펼쳐 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내 기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우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메모를 분류하는데요. 제가 현재 관심에 둔 일을 기준으로 삼아 나눠요. 예를 들어 ‘마케팅’, ‘글쓰기’, ‘작곡’ 등이죠. 그중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메모는 블로그에 업로드하기도 하고요. 검색이 용이한 플랫폼이라 나중에 찾아보기에도 편리해요.”
TIP 마케터 노다혜가 영감을 받는 인물 3
1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음악을 만들 정도로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일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노다혜는 그의 태도를 본받고 싶어 한다.
2 건축가 안도 다다오 본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건축가는 ‘창조적 근육’을 강조한다.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3 조경가 정영선 선유도공원, 샛강생태공원, 경의선 숲길 등을 조성한 국내 1세대 조경가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신선한 공간을 변함없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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