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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줍기가 나의 일상입니다

쓰레기를 주우며 산에 오르는 ‘클린하이킹’을 처음 국내에 도입하고, 산악정화 활동모임인 ‘클린하이커스’를 만든 김강은에게 쓰레기 줍기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 알고 있는 그가 맡은 일은 자신의 일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쓰레기 줍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직업
클린하이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어떻게 많은 사람을 동참시킬 수 있을까?
쓰레기를 줍고 끝나면 그냥 청소하는 행위지만, 그것을 사진이나 콘텐츠로 남겨서 공유하면 영향력을 늘려 환경 정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도 심각한 문제로 느끼게 할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한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과유불급. 지금 열심히 줍는다고 온 세상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문화를 만들고 지속가능성 하게 활동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너도 좋아하게 만들기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킹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5년 전 어느 날, 지리산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장터목 대피소에서 쓰레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며칠이 지나도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고민 끝에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을 올렸죠. ‘산에서 보이는 쓰레기가 불편하셨던 분, 청계산에서 만날래요? 함께 등산하면서 쓰레기도 줍고 이야기 나눠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그것이 한 달에 한번 산을 청소하는 ‘클린하이킹’ 캠페인의 시작이 됐어요.

클린하이커스 활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클린하이커스의 역할은 쓰레기 잘 줍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줍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천 개의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천 명이 열 개씩 줍는 게 낫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공유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대세에 합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잖아요. 대세의 흐름을 만들려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죠.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어떻게 공유해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나요?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챌린지 속성과 비슷해요. 챌린지 실천 과제가 어려웠다면 사람들이 동참하지 못했을 거잖아요. 클린하이커스도 어떻게 하면 환경 실천을 가볍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민들레 홑씨처럼 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하니까요.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 마음을 닫게 되는데, 가벼운 이야기를 꾸준하게 하면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매번 마주쳤던 쓰레기가 새삼스럽게 보이고, 자연스럽게 길을 걷다가 쓰레기를 줍게 되는 거죠.

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하니까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하니까

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하니까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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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지키는 일을 자연스럽게

클린하이커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다들 ‘재밌었다’고 해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쓰레기 줍는 모습이 처음엔 신선해 보여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흔한 봉사활동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개인의 희생, 보수 없는 봉사로만 해결하기에는 전국의 산에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쓰레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했죠.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만드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산 쓰레기로 정크 아트 작품을 만들면서 지금의 챌린지처럼 쓰레기 줍는 일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했죠.

어떻게 정크 아트를 만드나요?
처음부터 계획하고 만든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산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쓰레기로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넓은 공터에 등산하며 주운 쓰레기를 펼친 다음 색깔, 종류별로 조합해서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었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뜨거웠어요. 쓰레기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놀라고,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이게 모두 산에서 나온 쓰레기라는 것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해요. 쓰레기를 주우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여줄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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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하기 위해 정확하게 일하기

클린하이커스는 수익 창출보다 투자가 필요한 환경 단체라고 하셨는데, 5년 동안 단체를 지속시켜온 동력은 무엇일까요?
클린하이커스 팀원을 모집할 때, 지원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리더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요. 브랜드와 협업하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환경 활동이 스펙이 되도록 서포트한 적도 있어요. 좋은 일을 한다고 의미 부여하면서 흐지부지하게 일하면, 결속력이 약해지기 쉬워요.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요즘 시대의 흐름이잖아요. 그런 시류에 발맞춰 클린하이커스에서 보낸 시간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으면 해요.

일은 어떻게 분담하세요?
클린하이커스 모임을 함께 하는 참여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계획을 세우고, 서로 잘하는 일을 맡아서 해요. 초창기에는 클린하이커스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에 신규모집 공지를 올리고,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과 산에 가서 쓰레기를 주웠어요. 많은 사람이 클린하이킹을 경험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신청을 거절했죠. 그런데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아져서 운영진을 뽑고 함께 일했어요.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운영진이 따로 없고, 클린하이커스 활동으로 친분이 쌓인 2명의 동료들과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매번 새로운 사람이 영입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클린하이커스를 하기 전에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두 가지를 배웠어요. 하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단체일수록 조직의 룰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클린하이커스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산악정화 활동모임이기 때문에 한 명이 줍는 쓰레기의 양, 경로 이탈 등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한 룰을 하나씩 만들었어요. 둘째는 사람을 신뢰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건데, 스타트업에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아 하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어요.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혼자라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클린하이커스는 지금껏 기획과 행사 진행을 혼자 맡아서 진행했고, 디자인은 든든한 동료이자 브랜드 디자이너 역할을 하는 현준에게 자문을 구했죠. 최근 맡은 프로젝트부터 저를 포함해 3명이 운영하고 있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더 키우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스스로 클린하이커스 활동을 하면서 잘했다고 생각한 일은 무엇인가요?
클린하이커스가 성장하는 과정을 숨기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머릿속으로 세운 계획을 실제로 해보면 방향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듯이 수없이 수정되는데, 그 무수한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했어요. 계속 활동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스며들게 한 거죠. 그 다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요. 매번 마주치던 쓰레기가 갑자기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이게 바로 클린하이커스가 쓰레기를 줍는 문화를 만드는 법이랍니다.

Editor Lee Anna

Photographer Lee Ju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