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배달 음식을 끊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다회 용기와 장바구니를 챙겨 다닌다고 한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구에 조금 덜 유해한 방법으로 살고 싶은데,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양심의 가책만 느끼고 있다면 옷장 속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슬로 패션 & 라이프스타일 채널 ‘라이크스윗망고’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망고는 본래 항공기 승무원이자 맥시멀리스트였다. 패션을 사랑했고, 그만큼 가진 옷도 갖고 싶은 옷도 많았다. 그런데 때때로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었다. 비행을 다니며 광활한 자연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그랬다. 슬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일종의 자연재해라고 여겼고, 무엇이 지구를 망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답은 패스트 패션이었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버려지는 과정에서 국제선 비행기나 선박이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의 합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발생되고 있었다. 그는 죄책감을 느꼈다.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어느덧 구독자 5만 명에 달했고, 더 트렌디한 스타일과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이 팔로어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곤 마음을 먹었다. 옷장을 비우기로.
그는 지금 시즌별로 캡슐 옷장을 만들어 입는다. 캡슐 옷장이란 꼭 필요한 옷들로만 간결하게 구성한 옷장을 말한다. 겉옷과 상의, 하의를 모두 합쳐 스무 벌 정도면 충분하다. 개수는 줄었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다. 자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옷 몇 가지를 추려 놓으니 패션 스타일도 명확해졌다. 시작은 옷의 소비를 줄이고, 나아가 지구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옷 입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옷을 많이 사는데도 입을 옷이 없고,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면 슬로 패션에 입문해 보는 건 어떨까. 유튜버 망고가 생각하는 슬로 패션은 무조건 절제하는 것이 아니다. 새 옷을 사더라도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고 꼭 필요한 옷만 사는 것, 그래서 옷을 입는 행위가 더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 나아가 지구에 보탬이 된다는 뿌듯함을 얻는 것이다.
Interviewee 망고
슬로 패션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루프트한자 항공의 승무원으로 근무했고, 배우자를 만나 독일에 정착하며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패션은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있어 미니멀하고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지향한다.
돈 안 들이고도 지구를 도울 수 있어요. 옷을 사지 않고도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어요. 환경에 도움이 되고 스타일을 확고히 해주는 캡슐 옷장 만들기에 도전해보세요.
Editor Oh Jisoo
Illustrator Kimu
Designer 213ho